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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 분야 : 소설 > 영미소설
  • 저자 : 줄리언 반스  지음 | 정영목옮김
  • 출판사 :다산책방
  • 2018년 08월 30일 출간 (종이책 기준)
  • 384쪽(PDF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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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강렬했던 단 하나의 기억, 온 인생을 뒤흔든 첫사랑의 기억!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신작 장편소설 『연애의 기억』. 막 어른이 되려 하는 19세 청년과 오래전부터 어른이어야 했던 48세 중년의 여인, 그들이 나눈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깊은 슬픔과 심오한 진실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저자가 평생에 걸쳐 답하고 이해하고자 했던 단 하나의 사랑에 대한 행복과 고통, 기쁨과 슬픔이 집약된 통찰과 지혜를 전한다.

1960년대 초 열아홉 살의 대학생 폴은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런던 교외의 본가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권유로 테니스클럽에 참가하게 된 폴은 파트너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자신감 넘치고 위트 가득한 그녀는 그의 두 배는 나이를 먹었고, 그의 나이 또래의 두 딸이 있는 결혼한 여자다. 그녀는 그의 눈에 훌륭한 테니스 파트너이자, 가장 이야기가 잘 통하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사람으로 보인다. 폴은 급속도로 수전에게 빠져들고, 수전 또한 폴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폴은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을 떠나 런던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두 사람만의 세상,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해가 거듭되며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전은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폴은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행복하기보다 점점 더 고통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내내 고투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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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하나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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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파국에 이른 사랑은 기억으로 바뀐다”

때론 격렬하게, 때론 냉철하게
사랑의 시작과 끝을 되짚는 깊고 서늘한 통찰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 문학의 제왕 줄리언 반스의 신작 장편소설. 매번 자신의 작품을 뛰어넘으며, 최신작으로 “힘의 절정에 선 소설가”라는 극찬을 받은 줄리언 반스의 『연애의 기억』은 막 어른이 되려 하는 19세 청년과 오래전부터 어른이어야 했던 48세 중년의 여인, 그들이 나눈 순수하고도 아름다운, 깊은 슬픔과 심오한 진실을 관통하는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소설은 이제 일흔 즈음에 접어든 남자가 50여 년 전 예기치 않게 자신의 첫사랑과 맞닥뜨린 일을 돌이키며 시작한다. “제정신이 아닐 정도의 자신감”을 지닌 남자와 “다 닳아버린 세대”를 지나고 있는 여자, “선택할” 수도 “제어할” 수도 없는 감정이 두 사람을 몰아붙이던 순간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라는 그의 독백처럼 그들의 이야기는 시간과 장소, 사회적 환경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져 오래도록 남을 단 하나의 기억으로 깊숙이 자리잡는다.

우리 대부분은 할 이야기가 단 하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오직 한 가지 일만 일어난다는 뜻은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건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로 바꾸어놓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최종적으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것은 단 하나뿐이다. 이건 내 이야기다. -본문 중에서

세 개의 장으로 나뉜 소설에는 독특하게도 각 장마다 다른 시점이 등장한다. 첫 번째 장에서 주인공 폴은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1인칭으로 그곳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을 기꺼이 마주하지만, 두 번째 장에서는 행복이 사그라드는 자리에 파고드는 고통을 때때로 2인칭으로 물러나 지켜보듯 덤덤하게 읊조린다.
마지막 장에서는 점점 더 고통스러운 상황들이 이어지고, 급기야 3인칭으로 한 발 더 물러서 최대한 먼 거리에서 쓰디쓴, 한편 안심이 되는 진실을 향해 조용히 다가간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야기” 중 그들의 삶에서 “이야기할 가치가 있는 단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로 자리잡은 이 사랑 이야기는 우리의 기억 저편에 깊고도 서늘하게 자리한 저마다의 단 하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사랑은 그에게 완벽한 재난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도”
이 이야기는 감당할 수 없는 헌신에 대한 날카로운 정산이다

얼마나 사랑할지, 제어가 가능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대신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사랑만은 아니다. -본문 중에서

1960년대 초 열아홉 살의 대학생 폴은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런던 교외의 본가로 돌아온다. 어머니의 권유로 테니스클럽에 참가하게 된 폴은 파트너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자신감 넘치고 위트 가득한 그녀는 그의 두 배는 나이를 먹었고, 그의 나이 또래의 두 딸이 있는 결혼한 여자다.
그녀는 그의 눈에 훌륭한 테니스 파트너이자, 가장 이야기가 잘 통하는, 영국 중산층의 허울 좋은 가식을 함께 비웃을 수 있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사람으로 보인다. 폴은 급속도로 수전에게 빠져들고, 수전 또한 폴에게 깊은 애정을 느낀다.
수전의 남편이 그녀에게 수시로 폭력을 행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폴은 그녀를 구해내기 위해 애를 쓰고, 수전이 모아둔 자금으로 두 사람은 각자의 가족을 떠나 런던에 둘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만의 세상,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고 해가 거듭되며 서서히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수전은 혼란을 이기지 못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폴은 자신과 함께하면서도 행복하기보다 점점 더 고통 속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그녀를 지켜보며 사랑이라는 것의 의미가 대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내내 고투한다.

“그는 자살을 하는 사람처럼 사랑에 빠졌다.”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에서는 통하는 데가 있었다. 그는 수전과 함께 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녀를 떠나서 별도의 삶을 확립할 수도 없었다. 따라서 다시 그녀와 함께 살러 돌아갔다. 용기였을까 겁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불가피했던 것일까? -본문 중에서

폴은 자신의 강렬했던 단 하나의 기억, 온 인생을 뒤흔든 첫사랑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되짚는다. 어떻게 그들이 사랑에 빠졌는지, 어떻게 그가 교외 중산층의 보장된 미래를 내던지고 그녀가 의미 없는 결혼 생활에서 벗어나 두 사람이 함께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서서히 두 사람이 돌이킬 수 없는 거리까지 멀어지게 되었는지. 서로에 대한 감당할 수 없는 헌신은 결국 두 사람을 돌이킬 수 없는 고통 속으로 밀어넣고 말았지만, 그의 노트 한쪽에는 썼다 지웠다 다시 쓴 흔적과 함께 이런 문구가 남아 있었다. “한 번도 사랑해본 적이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잃어본 것이 낫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연애의 기억』까지
기억, 그 너머에 갇힌 또 하나의 이야기

행복한 기억과 불행한 기억 가운데 어느 게 더 진실할까? ?본문 중에서

『연애의 기억』은 기억과 사랑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와 평행선상에 놓인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모호하게 암시하고 만 주인공 토니와 에이드리언, 베로니카의 엄마 사라의 관계를 기어이 파고들어 “단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두 이야기 다 나이 든 남자가 자신의 삶을 되짚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두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에 접근하는 방식은 꽤나 다르다. 전작의 주인공 토니가 완전히 잘못된 기억을 떠올리는 반면, 폴은 좀 더 현실을 직시하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마주한다.
토니가 부주의했다면, 폴은 단지 무심한 것으로 보이는데, 바로 그 점이 우리를 보다 충격에 빠뜨린다. 하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1인칭 화자가 되짚어가는 두 이야기 속에 부재하는 또 하나의 이야기다.

이렇게 이 매혹적인 이야기 속을 돌아다니다보면 어느 순간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사실이다. 즉 이 이야기가 복잡하고 섬세해질수록,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블랙홀, 즉 또 하나의 이야기의 부재(不在)가 점점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것은 사랑의 이야기이니만큼 두 사람, 두 개의 축이 있는 것이 분명한데,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의 이야기뿐이며, 또 한 사람의 이야기는 텅 비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또 한 사람, 정말로 고통스러웠을, 어떤 면에서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보다 훨씬 고통스러웠을 또 한 사람의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밖에 없는데, 마치 그 고통이 너무 커서 언어화될 수 없다는 듯, 부재하는 이야기는 새까만 슬픔처럼 우리의 상상을 빨아들여 가루로 빻아버린다?물론 거기에 슬픔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도, 이 이야기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만큼이나 허전한 노릇이기는 하지만. -옮긴이의 말 중에서

『연애의 기억』에서 주인공의 기억 너머 또 하나의 이야기, 말해질 기회조차 얻지 못한 그녀의 이야기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보다 더욱 고통스럽게 다가오는데, 그 이유는 주인공이 기억을 왜곡하고 싶을 만큼 불행했던 순간들과 끊임없이 거리를 두려 노력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끊임없이 찾아 헤매던 “사랑의 정의”는 결국 불가능한 것이고, 사랑이란 결국 “이야기”로만 포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도 부재하는 이야기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조용히 마음을 부순다”는 타임스의 평처럼 덤덤해 보이는 묘사 아래 감도는 황량한 슬픔은 작가가 더욱 전하고 싶었던 “단 하나의 이야기”의 본모습인지도 모른다.

줄리언 반스 소설을 관통하는 한 명의 여인,
그 단 하나의 사랑

그러나 그 사랑이 끝나고 나면 어떻게 될까?
줄리언 반스는 평생에 걸쳐 이런 질문에 대답하는 소설을 써왔다.
오래전, 스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연상의 여인과 위태롭게 사랑한 일을 되돌아보며 그는 사랑과 기억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추천의 글 김연수(소설가) 중에서

줄리언 반스의 오랜 팬이라면, 『연애의 기억』을 통해 그동안 그의 작품에서 치열하게 탐구해왔던 사랑과 기억에 대한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연애의 기억』이 출간된 후 <타임스>에서는 줄리언 반스의 오랜 친구인 앤드류 세인트를 인터뷰하며 이 작품에 담긴 그의 삶을 다룬 기획기사를 내놓았다.
기사에 따르면 줄리언 반스는 18, 19세쯤 50대 초반의 여인 라우리언 웨이드를 만났다. 이 작품에서와 같이 방학 때 본가인 노스우드에 다니러 왔다가 만나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세인트는 웨이드를 “매력적이고, 약간 비현실적이며, 매우 자유분방한 사람”이라고 기억한다.
또한 “아주 재미있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도. 반스가 그녀에게 끌렸다는 것은 아주 분명하다. 그녀의 유머 감각은 위트 있는 젊은 대학생을 사로잡았고, 영국 교외의 고루한 가치에 관한 양면적 태도 또한 그의 관심을 키웠는데, 이는 이 작품의 초반부와도 상당히 유사하다.
그렇게 강렬하게 이끌리던 두 사람은 반스가 자립을 시작하고, 런던 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의 친구 이언 매큐언에 따르면 2008년 아내 팻 캐바나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2009년 라우리언 웨이드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그는 더 깊이 침잠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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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 1946년 1월 19일 영국 중부 레스터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현대 언어를 공부했고, 1969년부터 3년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증보판을 편찬했다.
이후 유수의 문학잡지에서 문학 편집자로 일했고, <옵서버> <뉴 스테이트먼츠>지의 TV 평론가로도 활동했다.
1980년에 출간된 첫 장편소설 『메트로랜드』로 서머싯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단해,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플로베르의 앵무새』 『태양을 바라보며』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내 말 좀 들어봐』 『고슴도치』 『잉글랜드, 잉글랜드』 『용감한 친구들』 『사랑, 그리고』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시대의 소음』 등 12권의 장편소설과 『레몬 테이블』 『크로스 채널』 『맥박』 등 3권의 소설집,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웃으면서 죽음을 이야기하는 방법』 등의 에세이를 펴냈다. 1980년대에는 댄 캐바나라는 필명으로 4권의 범죄소설을 쓰기도 했다.
1986년 『플로베르의 앵무새』로 영국 소설가로서는 유일하게 프랑스 메디치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미국 문예 아카데미의 E. M. 포스터상, 1987년 독일 구텐베르크상, 1988년 이탈리아 그린차네 카부르상, 1992년 프랑스 페미나상 등을 받았으며, 1993년 독일의 FVS 재단의 셰익스피어상, 그리고 2004년에는 오스트리아 국가 대상 등을 수상하며 유럽 대부분의 문학상을 석권했다. 프랑스 정부로부터는 이례적으로 세 차례에 걸쳐 1988년 슈발리에 문예 훈장, 1995년 오피시에 문예 훈장, 2004년 코망되르 문예 훈장을 받았다.

역자 : 정영목
서울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2018년 현재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소설이 국경을 건너는 방법』 『완전한 번역에서 완전한 언어로』가 있고, 옮긴 책으로 『아버지의 유산』 『미국의 목가』 『에브리맨』 『네메시스』 『달려라, 토끼』 『킬리만자로의 눈』 『제5도살장』 『바다』 『하느님 이 아이를 도우소서』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유럽문화사』로 제53회 한국출판문화상(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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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의 기억
    • 평점 5점 만점에 5점
    • sck**
    • 2018.11.11

    책을 읽지를 않은지... 아니 손에 들지 않은지 한참이나 된거 같다. 까마득하다. 기억이 안난다.

    책을 들고 있는다는게 무겁다고 느껴질정도로 책을 손에서 놓은지 오래 지났다.

    그래서 책을 다시 읽는다는 자체가 어색하고 집중이 잘 되…

    책을 읽지를 않은지... 아니 손에 들지 않은지 한참이나 된거 같다. 까마득하다. 기억이 안난다.

    책을 들고 있는다는게 무겁다고 느껴질정도로 책을 손에서 놓은지 오래 지났다.

    그래서 책을 다시 읽는다는 자체가 어색하고 집중이 잘 되지 않을 것으로 느껴졌지만

    그건 이내 사라졌다. 책을 다시 들고 있노라니, 스마트폰에 빼앗겼던 사상의 되새김,

    나만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다는건, 나만의 머리속에서

    나만의 생각을 재구성하여, 글쓴이와 대화를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다시 책을 들고, 한문장 한문장

    읽어내려가니, 주변의 소음도 안들리고, 스마트폰의 메시지 알림소리도 잠시나마 주의에서 멀어져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다시 독서 생활을 시작해야 겠다. 그동안 인스턴트처럼 스쳐보냈던 시간들을 다시 잡아야 하겠다.

  • 머리 대신 몸에 새겨진 재앙 같은 사랑
    • 평점 5점 만점에 5점
    • 0p7****
    • 2018.10.14
    머리 대신 몸에 새겨진 재앙 같은 사랑
    머리 대신 몸에 새겨진 재앙 같은 사랑
    - 줄리언 반스, <연애의 기억> 서평 -

       줄리언 반스는 이번 소설에서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처럼 주인공들을 그의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만의 방식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솔직히 나는 이 이야기가 조금만 덜 현실적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연애의 기억>은 얼핏 들었을 때 달콤하다가 종내에 조금 아릿한 사랑 이야기일 것 같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쌉싸름한 맛이 더 나는, 진득한 카카오 99% 함유 초콜릿 같은 소설이다. 어쩌면 이는 로맨스를 주로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애써 보여 주지 않고 있는 사랑의 진면모를 보여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소년과 유부녀 사이의 애정을 다룬 탓에 개인적으로 감명 깊게 읽었던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소설은 폴과 수전의 사랑 이야기이지만 그보다는 폴의 성장 이야기처럼 읽힌다. 처음에는 무작정 모든 걸 버리고 수전과 함께 도망치며 수전을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이 또래와 비교했을 때 깨나 쿨하다고까지 생각하던 폴이 점점 사회적 분위기를 느끼며 수전과의 관계에 관해 거짓말을 하게 되는 과정이나, 잃을 게 없었기에 이해하지 못했던 수전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어쩐지 아프게 다가왔다.


    첫사랑은 늘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벌어진다.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압도적 현재형으로. 다른 사람들, 다른 시제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p.137)
        사실 이런 종류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는 부류에 속한다. 열아홉과 마흔여덟이라니, 우리나라에서는 애초에 법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는 관계 아닌가. 하지만 이런 소설을 읽을 때면 그런 것쯤 다 제쳐 두고,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끌려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을 연민하거나 현실 판단력이나 자제력이 부족하다고 핀잔하다기보다는, 그래도 이왕 그렇게 된 거 잘 살아 보라고 응원해 주고 싶어진다. 폴의 입장에서만 서술되어 있다 보니 원하는 선택을 하고서 자꾸만 엇나가는 수전이 야속하게 느껴지는 게 어쩌면 당연하지만, 수전의 입장에서 보면 또 다른 연애의 기억이 아니지 않을까.

        사랑은 물론 어떻게 정의할 수 없는 것이지만, 김광석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라고 노래했듯이, 이제 한때 지독히 사랑했던 상대의 얼굴이 기억에 남지 않는 순간에도 군데군데 몸에 새겨져 있는 이런 것은 사랑이 아닌 것 같다. 그것은 기억보다는 말 그대로 몸에 새겨진 것이고, 폴의 단어를 빌리자면 그건 오히려 ‘재난’이나 ‘잔인한 필연성’이 아닐까. 아직까지 이렇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선택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어 백 퍼센트 공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언젠가 내가 그런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이 소설을 읽고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지 궁금하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은 쉽게 읽혀서 술술 넘어가는 소설은 아니지만 읽어 온 궤적을 다시 돌아가 뒤적이며 읽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전작에서는 기억의 불완전성을, 이번 작품에서는 사랑과 기억을 꼬집으며 나를 어쩐지 속은 기분에 빠지게 만들었던 줄리언 반스. 다음 작품, 그리고 내가 놓친 앞의 소설도 찾아 읽고 싶다.


    ※ 본 게시글은 서평단 모집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 오직 사랑뿐
    • 평점 5점 만점에 5점
    • suc****
    • 2018.10.11

    줄리언 반스의 작품에 매혹되는 까닭은 어떤 식으로든 독자의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킨다는 데 있다. 때로는 작가의 지적 수준이 독자를 한참이나 앞질러 간 까닭에 글을 읽는 독자가 어…

    줄리언 반스의 작품에 매혹되는 까닭은 어떤 식으로든 독자의 지적 허영심을 만족시킨다는 데 있다. 때로는 작가의 지적 수준이 독자를 한참이나 앞질러 간 까닭에 글을 읽는 독자가 어리둥절 이해를 못 하거나, 지루함을 느끼거나, 읽었던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서 다시 읽어야 하는 불편을 끼칠 때도 있지만 작가는 서사라는 이야기 구조 속에 삶의 이면을 고집스럽게 덮어씀으로써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인생의 실체, 인간의 심리, 진정한 가치 등을 자세히 파악하도록 한다.

     

    <연애의 기억(The only story)>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야기인 즉 일흔 즈음에 접어든 한 남자가 50여 년 전에 있었던 비극적인 자신의 첫사랑으로 인해 그의 인생 전체가 달라지는 과정을 매우 세밀하게 다룬 것으로 주변에 흔한 사랑 이야기로 읽히지만 실상은 한 남자의 인생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이 유지되는 한 사랑을 멈춘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랑 이야기는 언제든 인생 이야기로 쉽게 치환되거나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어린아이이고, 그녀는 중년의 유부녀다. 나에게는 냉소주의가 있고, 삶에 대한 이해라고 알려진 것이 있다. 하지만 나는 냉소주의자일 뿐만 아니라 이상주의자이기도 해서,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힘을 다 갖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p.139)

     

    작가는 사랑이 삶의 전부로 여겨지는 청년 시절과 사랑은 그저 삶의 일부이거나 주변부로 여겨지는 어느 시점과 기억 속 작은 흔적으로만 존재하는 노년기를 다룸으로써 소설 속 주인공의 사랑이 세월에 따라 변질되어가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리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사랑 안에 갇혀 있거나, 사랑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그 옅은 흔적이나 체취만 간직하는 경험을 세월에 따라 순차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 안에 존재하는 청년 시절에는 사랑을 제대로 파악하기는커녕 그 실체조차 보기 어렵다. 그 시기의 연인은 오직 나와 상대방만 보일 뿐이다. 지구 안에 존재하는 우리가 지구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의 경과에 따라 나와 사랑을 동일시하던 과거의 습관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고 사랑의 실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것이 꼭 사랑이 식었거나 사랑으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에 빚어지는 결과는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사랑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서서히 알아가게 되는지도 모른다. 작가는 이러한 과정을 인칭의 변화로 그려내고 있다. 1인칭에서 2인칭으로 그리고 3인칭으로.

     

    "나중에 이 대화를 생각해보다가 너는 그녀가 너보다 잃을 게 많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 사실, 처음으로. 훨씬 많다는 사실을. 너는 과거를 버리고 있고, 그 많은 부분은 버리게 되어서 행복하다. 너는 중요한 건 오직 사랑뿐이라고, 그것이 모든 것을 보상해준다고, 너하고 그녀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고 믿었고, 여전히 전과 다름없이 깊게 믿고 있다. 그러다 너는 그녀가 뒤에 두고 온 것이 - 심지어 고든 매클라우드와의 관계도 - 네가 가정했던 것보다 복잡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너는 큰 덩어리들을 고통이나 합병증 없이 삶에서 깨끗하게 절단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네가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빌리지에서 고립된 것처럼 보였다면, 네가 그녀를 데리고 떠나옴으로써 그녀를 더 고립시켰다는 것을 깨닫는다." (p.208~p.209)

     

    소설의 주인공 폴은 이제 막 성인의 대열에 합류한 19살의 대학생이다.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런던 교외의 본가로 돌아왔던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나가게 된 테니스 클럽에서 48살의 여성 수전 매클라우드를 파트너로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수전에게는 폴과 비슷한 나이의 두 딸과 남편이 있었지만 자신감 넘치고 위트가 가득한 수전의 매력이 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수전은 테니스 파트너로도, 이야기가 잘 통하는 대화 상대로도 폴에게는 단 한 명의 특별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급기야 두 사람은 수전이 모아두었던 돈으로 런던에 방을 얻고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기에 이른다. 일상이 된 유머감각과 음악과 테니스라는 공통분모를 통하여 두 사람의 사랑은 영원히 지속될 줄 알았지만 함께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의 속사정을 더욱 깊이 알게 되고, 이해의 폭이 깊어지면서 단단했던 사랑의 결속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수전은 알콜중독에 우울증, 알콜성 치매를 앓게 되면서 황홀했던 기억들을 서서히 잃어가고 이를 지켜보는 폴 역시 서서히 지쳐간다. 전도양양한 변호사로서 화려한 삶을 살 수도 있었지만...

     

    "그는 수전과 있을 때 그들의 사랑을 토론하고, 분석하고, 그 형태, 색깔, 무게, 경계를 이해하려고 한 적이 없었다. 그 사랑은 그냥 거기 있었다. 불가피한 사실로서, 흔들 수 없는 주어진 것으로서. 하지만 동시에 그들 둘 다 그것을 토론할 말, 경험, 정신적 장비가 없었던 것 또한 사실이었다. 나중에, 삼십대가 되고 사십대가 되면서, 그는 점차 감정적 명료함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훗날의 관계에서, 그는 그때만큼 깊이 빠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토론할 것도 줄었다. 따라서 그의 잠재적 표현 능력이 요구되는 일도 거의 없었다." (p.353)

     

    폴이 자신을 못 알아보는 수전을 마지막으로 병문안 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수전의 옆모습을 보면서 영화에서 보았던 몇몇 마지막 작별 순간을 떠올렸고, 아름다웠던 수전의 옛날 모습을 몇 분 동안 떠올려보았고, 이내 다른 곳을 떠돌기 시작하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챘다. 자신의 '마음을 사랑과 상실에, 재미와 통탄에 묶어둘 수 없었'던 것이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이 소설의 두 번째 장을 나는 다른 어느 것보다 아프게 읽었다. 2인칭으로 그려진 그 장에서 폴의 사랑은 그 빛을 잃고 서서히 쇄락해간다. 그 과정이 어찌나 사실적이고 아프게 묘사되었던지 이따금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살아가면서, 적어도 생명이 유지되는 한 우리는 단 한 번도 사랑을 유예하거나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랑은 곧 인생이 된다. 우리가 들려줄 수 있는 유일한 이야기는 오직 사랑, 그것 외에는 없다. 단연코.

  • 연애의 기억
    • 평점 5점 만점에 4점
    • did***
    • 2018.10.07

    19세의 '케이시 폴'은 지역 테니스 클럽에 가입하여 48세 '수전 매클라우드'와 함께 조를 이뤄 경기를 하게 되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폴의 어머니는 견실한 보수당 경향의 아가…

     

    19세의 '케이시 폴'은 지역 테니스 클럽에 가입하여 48세 '수전 매클라우드'와 함께 조를 이뤄 경기를 하게 되면서 가까워지게 된다. 폴의 어머니는 견실한 보수당 경향의 아가씨를 테니스 클럽에서 만나길 바랬지만 폴이 만난 것은 자신과 연배가 비슷한 수전이었다. 어쩌다 그렇게 가까워졌는지 무엇에 이끌려 자신보다 두배 이상 나이 차는 여인에게 끌렸는지 폴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전히 수전을 사랑한다는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폴의 집안에서는 물론 수전의 집에서도 아무도 둘의 관계에 대한 말을 입밖에 꺼내지 않는다. 입밖으로 꺼내면 그 즉시 사실이란 것을 인정하게 되리라는 것처럼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폴은 수전네 집에 거의 살다시피하며 보내게되고 수전의 남편과 때로는 딸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소파베드에서 잠을 자며 기묘한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수전의 남편 고든 또한 둘의 사이를 눈치채고 있는 듯하지만 가끔씩 폴에게 언짢은 말을 내비칠 뿐 자신의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서 언급하지도, 어떤 대책을 강구하지도 않은 채 이해할 수 없는 생활 속에 술만 먹으면 수전에게 폭행을 일삼는 고든의 행동을 알게 되고 자신들이 속해있던 테니스 클럽에서도 불순한 관계로 인해 퇴출당하게되면서 둘만의 사랑의 도피를 선택하게 되는 폴과 수전, 폴은 공부에 매진하고 수전은 하루종일 폴을 기다리며 음식을 하는 등의 하루를 보내는데 그러면서도 빌리지에 있는 고든이 사는 집에 수시로 드나들고 폴은 이해하고 싶진 않지만 수전과의 말다툼을 피하기 위해 더이상의 언급을 피한다. 그렇게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찾고 사랑의 도피를 선택했다면 기쁨과 환희에 차는 하루하루가 그려질만도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지는 듯한 안락함과 사랑에 가득차서 이대로 죽어도 좋을듯한 느낌은 별로 받을 수 없다.

    19세의 폴과 48세의 수전, 그들의 엄청난 정신적 육체적 사랑이 몰고 온 대사건부터 수전이 다시 빌리지에 돌아가기까지 이야기는 파란만장한 한편의 영화같은 감정을 선사해줄 것 같지만 줄리언 반스의 담담하게 이어나가는 문체로 인해 격정적인 막장 분위기의 사랑느낌은 별로 받을 수 없다. 그랬기에, 그렇게도 담담했기에 더욱 슬프고 오랫동안 가슴에 남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비난받아 마땅한 그들의 사랑은 무기력한 관계속에서 희망을 가질 수 없었던 수전과 고든의 결혼생활과 그럼에도 인생을 살기 위해 나름의 자구책을 강구했던 수전의 나름의 이기심이 보태졌다는 시선으로 보는 것은 너무나 편파적인걸까?

    폴의 시선에서 덤덤히 이야기하고 있는듯한 그들이 사랑이야기는 폴의 입장에서, 뒤늦게 알게 된 수전의 감정들은 사랑을 함께 시작했지만 시간이 흘러 그들에게 다르게 기억될 연애의 기억으로 남겨진 것은 아니었을까.

  • 연애의 기억.
    • 평점 5점 만점에 5점
    • yy7***
    • 2018.10.07

    '연애의 기억'

    세상의 주제는 사랑으로 가득차 있는 것만 같다. 어쨌든 세월이 흘려도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사랑'일 수도 있겠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열아홉 소년이 엄마 또래인 마흔여덟의 여인과 사랑에 빠진 내용을 다루고 있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리 지지하고픈 마음은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그 첫 시작은 언제나 그렇듯 늘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하니깐. 그리고 지극히 주관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니깐. 안타까운 건 애매모호함 속에서 시작된 사랑의 끝은 늘 선명하다는 거. 그리고 사랑이 힘든 건 내 마음이지만 결코 나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음에 있는 것 아닐까.  잘못된 감정인 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다는 그것에 깊은 고통과 절망이 숨어 있는 것이니깐.

    원 제목 '단 하나의 이야기'처럼 책 속에서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의 단 하나의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저마다의 삶 그 자체가 나는 단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리 친하지 않거나 옆에서 지켜보지 않는 한 우리는 그 이야기를 알 수 없다. 깊이와 넓이의 차이는 있지만 삶은 거의 비슷비슷한 것도 같다. 다만 경험이 바탕된 사랑의 차이와 가치관의 차이, 지혜로움의 차이 등등은 크다고 본다. 저자가 들려주는 본인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주변인들의 삶의 이야기는 그저 감동스럽게 살며시 나의 가슴을 적셔주었다. 저마다의 인생은 나의 선택과 행동으로 채워지고 그 결과 또한 본인의 책임으로 다가온다. 때론 행복하게, 때론 불행하게. 사랑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주는 삶의 이야기에서 나는 경험이 주는 성숙함의 의미를 엿볼 수 있었다. 지혜로운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는 숱한 인생의 경험에서 무엇을 얻는냐 아니냐의 차이.

    19세의 케이시 폴과 48세의 수전 매클라우드. 사랑이라는 감정이 모든 걸 용납해주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걸 뻔히 알면서도 서로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다는 걸 한낱 의지박약이라고는 절대 생각지 않는다. 폴과 수전의 사랑도 애매모호하게 어느덧 다가온 것 같다. 도덕적인 시선으로 볼 때 분명이들의 사랑은 정당하지 못하다. 조금은 웃겼던 수잔의 남편과의 첫 만남. 양심의 가책이니 도덕성이니 이 따위의 것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 있기로 한다.

    책 서두엔 런던까지 가야 피임기구를 구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뭐 이런 내용까지 썼나-싶었는데 중요한 내용이었다... 그들에겐.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은 수잔, 폴은 그런 그녀를 자신보다 세상을 더 많이 안다고 표현한다. 독특하고 고지식한 것이 모든 첫사랑의 특징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폴. 그게 정상적인(?) 사랑이라면 괜찮았겠지만 그 둘은 정상적인(?) 관계는 아니었던 게 문제였다. 

    조운의 잘못된 사랑에 대한 이야기. 결국 배신으로 되돌아온 사랑의 경험은 조운에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지혜로 얻게 해준다. 

    .....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운 거야. 그게 인생에서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지. 우리 모두 그저 안전한 장소를 찾고 있을 뿐이야. 만을 그런 곳을 찾지 못하면, 그때는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배워야만 해.     p 74

    수전의 제일 가까웠던 형제인 알렉. 실은 그가 몰던 선더랜드는 너무 복잡해서 항상 두려움의 대상이었다는 고백. 그 뒤 안타깝게도 그는 실종되었는데 말하지 않으면 결코 알 렉의 두려움의 대상을 아무도 몰랐을 터. 그나마 수전에게 고백 후 그는 조금이나마 속시원함을 느꼈으리라. 세상에서 누군가 단 한사람이라도 그러한 그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그는 바랬던 것이리라. 

    "이렇게, 보다시피 우리는 다 닳아버린 세대야. 최고의 남자들은 갔어. 우리는 모자란 남자들과 남겨졌지. 전쟁 때는 늘 그런 식이야. 그래서 이제 너희 세대에 달렸다는 거야."  p  79

    사랑에 대한 핑계, 아니 부당한 사랑에 대한 핑계는 글쎄............. 내겐 그리 호이적이게 들리지는 않았다. 

    연인의 공통점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사소한 특징들에 대한 기억이다. 타인에겐 별 관심이 대상이 아니겠지만.

    어디를 시작과 정지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는 십 년 또는 십이 년을 함께 했다 - 말 그대로 함께 했다.  p 97

    돈과 마찬가지로 남들의 승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인정 받지 못한 사랑 이야기. 불륜에 정당함은 결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화가 나지 않는 욕하고 싶지 않는 내용이었다. 그저 어린 시절의 미성숙한 남성의 순수한 사랑과 사랑의 감정을 되찾은 여인의 사랑이야기-라고 가볍게 생각하며 읽었다.  

    '나비 키스'라는 재미있는 것도 알게 해 준 소설 [연애의 기억] 

    "사랑은 탄성이 있어. 희석되는 게 아니야. 늘어나. 줄지 않아. 따라서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    p 102

    사랑은 괴로움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세상에 사랑다운 사랑을 경험한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가 평소 나의 궁금증이었다, 사랑의 괴로움에 앞서. 

    풍경 좋은 가을날 읽기 좋은 책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기억속 이야기는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준다. 모든 사람을 다 이해할 수 없고 모든 사람의 기억 속 이야기를 다 알 수도 없겠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나봄은 늘 행복하다. 

    "파국에 이른 사랑은 기억으로 바뀐다"

    저자가 들려주는 기억 속 이야기의 세상으로 떠나보자,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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