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수사학

“평범함의 아우라.”

‘정치수사학(허만섭 저)’은 미국 대통령들의 말하기 스타일을 재치 있게 소개한다. 이어, 한국과 미국의 스타일을 비교하고, 정치 수사의 최신 동향을 탐색한다.
이를 통해 ‘한국·미국 대통령들의 말하기에 관한 11가지 원리와 적용사례’를 체계적으로 제시한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같은 잘 알려진 수사학 원리는 영상 우위 소셜미디어 시대에 걸맞게 완전히 현대적으로 재해석된다.
‘타이밍’, ‘방어’, ‘잘 소화되는 진술’, ‘시각화’, ‘도덕 레토릭’, ‘동양적 말하기 전통’, ‘공중 속으로’, ‘기교 없는 기교’ 같은 새로운 정치 수사 개념도 풍부한 현장 사례와 함께 소개된다.
이어, 이 11가지 원리가 대선 전략, 통치 전략, 위기관리 전략에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이야기체로 설명된다.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락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잘못된 어휘 구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여 주면서 이를 정치수사학의 원리로 통찰력 있게 설명한다. 나아가, 우리만의 틀에서 나와 우리의 대통령들을 봄으로써 이들이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놓쳤는지 알아낸다. 특정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 칭송이나 비난에서 벗어나 정치적 소통에 관한 실질적 교훈을 얻는다.
한국 정치는 ‘값싸고 부정직한 반수사적인 말’로 중병을 앓고 있다. 정치인의 막말, 식언, 궤변, 위선으로 사회적 피로감이 쌓이고 있다. 그러나 수사는 본래 고귀한 성품에서 우러나는 진실한 말을 지향한다.
이 책이 이야기하는 21세기 최고의 정치 수사는 ‘기교 없는 기교(artless art)’다. 지도자의 말속 꾸밈없는 솔직함과 의로움이 결국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디지털화된 문명사회를 지탱한다. 이 연장선에서, 민주적 정치 수사인 ‘평범함의 아우라’가 설명된다.

이 책은 학술 용어들을 친절하게 설명한다. 또, 다양한 뉴스와 낯익은 이슈를 사례들로 활용한다. 따라서 사전지식이 없는 독자도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
저자(현 국민대 부교수)는 정치수사학과 관련해 박사학위 논문, 3편의 SSCI급 국제저널 논문, 3편의 한국연구재단 등재지 논문을 써 왔다.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정치수사학’ 과목을 강의했다. 정치 담당 기자와 시사 프로그램 패널로도 활동했다. 저자의 이러한 이론·현장 경험이 책의 곳곳에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