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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산진의 요리왕국

정은문고

2015년 06월 22일 출간

종이책 : 2015년 06월 01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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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9.28MB)
ECN 0111-2018-000-00256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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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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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오지 로산진이 쓴 유일한 요리책 『로산진의 요리왕국』. 이 책이 발간된 것은 1960년 2월, 로산진은 책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2개월 전인 1959년 12월 21일에 세상을 떠났다. 대화체의 에피소드, 편지글, 요리인 모집광고, 세계의 맛 탐방, 재료마다의 요리비법 등 다양한 방식의 글을 엮은 『로산진의 요리왕국』은 무엇보다 쉽고 재밌게 읽힌다.
서문을 대신해
요리하는 마음
길이 점점 좁아진다 | 요리의 첫걸음 | 개성 | 재료일까, 요리일까 | 요리 비결 | 본맛을 살려라 | 요리하는 마음이란 | 요리 연극 | 멋과 맛에 최선을 다하다 | 요리인을 모집하다
아름다운 맛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 | 잔반 처리 | 미각논어 | 맛을 아는 이는 드물다 | 어느 저녁, 아귀 이야기 | 가정요리 이야기
맛의 달인
은어의 시식시대 | 은어 명소 | 은어는 창자 | 겐사이의 은어 | 가짜 은어 | 복어를 안 먹는 몰상식 | 냄비요리 이야기 | 맛있는 두부 이야기 | 쌀 이야기 | 표고버섯 이야기
세계 맛 탐방기
서양요리와 일본 | 하와이의 식용개구리 | 미국의 소돼지 | 덴마크 맥주 | 프랑스요리 | 양식잡감 ? 스키야키와 오리요리 | 아카시 도미보다 뛰어난 조선 도미 | 중국요리와 교토요리
향신료와 조미료
산초 | 일본 겨자 | 가쓰오부시와 다시마 | 우스구치 간장 | 화학조미료
요리 메모
조니 | 더운 여름날의 별미 | 미즈가이 | 오이절임 | 다시마채 맑은 국 | 호박튀김 | 언두부 | 배추육수조림 | 달걀찜 | 산슈 된장 순무국 | 옥돔 통구이 | 단무지 | 은어 | 복어 | 자라 | 닭 | 채소 | 회 | 초밥 | 튀김 | 장어 꼬치구이 | 스키야키
저자 후기
역자 후기
저자 연보

요리는 혀끝으로만 맛봐서는 안 된다. 귀에서 눈으로, 다시 코로 온 감각을 동원해 ‘미美’와 ‘맛味’의 조화를 즐기는 것, 그것이 바로 ‘요리’다. 아름다운 요리는 색채, 배합, 재료 상태, 담아내는 모양에 의해 완성된다. 물론 영양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 요리인과 요리연구자는 ‘맛’만을 내세우고, 그 이면에 있는 ‘미’의 영향력에는 둔감한 것 같아 안타깝다. 출판되는 요리책도 대부분 그 점에 무관심하거나 부족하기만 하니 씁쓸할 따름이다.
요리를 마음으로 즐기는 사람은 운치에 무게를 두고 자연을 소중히 여긴다. 그래야 식도락의 ‘락樂’이 제구실을 한다. ‘식도食道’도 마찬가지다. 약간 극단적 표현이지만, 요리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은 주인이 던져주는 대로 가만히 받아먹으며 행복해하는 개나 고양이와 다를 바 없지 않을까. 물론
사람마다 즐거움의 정도가 다르기에 견해 차이는 있으리라. 그러나 될 수 있으면 뜻을 크게 품고 요리를 맛보며 인격을 높여야 마땅하다.
서문을 대신해 / 7쪽

맛있는 요리의 근본은 재료다. 능숙한 솜씨는 그다음이다. 중국에서는 요리의 공을 재료 6할, 솜씨 4할로 돌린다. 그러나 일본은 중국과 달리 재료가 월등히 뛰어나다. 그래서 재료 9할, 솜씨 1할이라고 생각한다. 재료의 질이 중국을 이기는 까닭이다. 달콤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콤한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는 단맛, 매운맛이 아니라 맛있는 요리의 9할을 차지하는 재료의 본맛을 살펴보자. 맛있는 스키야키는 질 좋은 쇠고기가 바탕이다. 맛있는 메밀국수는 메밀가루의 품질이 좌우한다. 스파게티는 당연 밀가루가 좋아야 한다. 여러 지역에서 새우가 나지만, 본고장 새우는 맛이 다르다. 과연 듣던 대로라고 생각할 정도로 맛이 뛰어나다. 엉뚱한 새우로 아무리 교묘하게 궁리한들 본고장의 그저 그런 새우에도 미치지 못한다.
요리하는 마음 / 재료일까, 요리일까 / 25쪽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려 달라는 주문을 종종 받는다. 맛없는 것을 맛있게 만드는 비결은 없다. 그런 마술도 없지 않을까. 맛없는 쌀은 결국 맛없다. 고기도, 생선도, 푸성귀도 모두 마찬가지다. 본질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맛있게 보이도록 꾸미는 방법은 있다. 이것은 거짓의 맛이지, 본연의 맛은 아니다. 속임수를 써서 아이를 달래는 방법과 비슷하달까. 요리하는 사람이라면 묘안이 있지 싶겠지만, 진짜로 불가능한 일이다. 요리의 명인이라도 ‘맛없는 것을 맛있게’ 하지는 못한다. 억지로 궁리를 짜내면 헛된 비용과 수고만 든다. 고생에 비해 결과도 형편없다. 본디 요리의 맛은 대부분 식재료의 질에 달려 있다. 요리인의 공은 1할이나 2할, 많아야 3할 정도다. 또 본연의 맛이 좋냐, 나쁘냐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맛없는 쇠고기로 훌륭한 스테이크를 만들지 못하듯이 말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의외로 잘 모른다. 괴이한 세상이기 때문일까.
아름다운 맛 / 미각논어 / 60쪽

냄비요리는 갓 준비하고 갓 끓인 신선함이 생명이다. 어묵꼬치집이 유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근사하지도 않고 값도 싼 어묵을 맛있게 느끼는 건 갓 만든 신선한 요리이기 때문이다. 사실 감탄을 자아낼 만큼 맛이 월등히 뛰어나진 않다. 입천장이 델 정도로 뜨거운 상태에서 먹는 덕에 맛있다고 평가받는 것인데, 알고 보면 어묵만큼 보잘것없는 먹을거리도 없다. 그런 어묵조차 갓 익은 상태라는 이유로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하니, 집에서 갓 끓인 냄비요리는 얼마나 더 큰 만족을 선사하겠는가. 길거리에서 어묵이나 튀김을 먹어본 나는 그 맛이 대충 어떤지 아는데, 그것보다 냄비요리는 훨씬 고급음식이다. 만드는 방법 또한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다. 냄비요리는 허물없이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초대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북적이며 먹을 수 있는 최고의 가정요리라 할 수 있다.
맛의 달인 / 냄비요리 이야기 / 95쪽

어린 시절부터 도미에 대해 익히 들은 것은 현해탄을 건너온 도미만 맛있다는 말이다. 현해탄을 통과해온 도미의 뼈는 사마귀와 같이 돌기가 구슬처럼 나 있다. 나는 쇼와 3(1928)년, 옛 가마터 탐사와 도자기 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조선에 갔다. 그 기간이 마침 5월 1일부터 30일까지였다. 여정의 시작은 한반도 경성이었다. 그때 목포 조금 앞인 강진의 고려청자 가마터에서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돌아오는 길에 암초가 많은 해안의 꾸불꾸불 후미진 길을 따라 순천, 마산, 부산 방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여기서 뜻밖에도 정말 맛있는 도미회를 듬뿍 먹었다. 내가 이제껏 맛본 아카시 도미보다 훨씬 나았다. 나는 가는 곳마다 먹고 또 먹으며 그 맛에 감탄했다. 이 지역에 이주해온 일본인과 현지 지역민만 맛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울

일본요리의 전설,
기타오지 로산진이 쓴 유일한 요리책 『요리왕국』

기타오지 로산진.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운명으로 치열하게 세상에 맞서 살다간 사람. 여섯 번의 결혼과 이혼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사람. 그래서일까.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간다고 믿는 외고집과 불같은 성미 때문에 인격파탄자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평탄치 않은 삶을 살다 외로이 죽는다.
로산진에 붙는 수식어는 많다. 서예가, 전각가, 도예가, 화가 그리고 일본요리를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일본요리의 전설’. 생전 서예와 도자기에 관한 책은 발간되었으나 막상 요리에 관해 그가 쓴 것은 『춘하추동 요리왕국』이 유일하다.
이 책이 발간된 것은 1960년 2월, 로산진은 책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2개월 전인 1959년 12월 21일에 세상을 떠났다. 대화체의 에피소드, 편지글, 요리인 모집광고, 세계의 맛 탐방, 재료마다의 요리비법 등 다양한 방식의 글을 엮은 『로산진의 요리왕국』은 무엇보다 쉽고 재밌게 읽힌다.

▶ 하늘이 일구고 땅이 만든 본맛을 살려라.
지금은 재료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들 강조하지만, 재료와 조리도구, 담는 그릇까지 완벽해야 함을 강조한 최초의 요리인이 바로 로산진이다. 로산진은 맛없는 것을 맛있게 만드는 비결은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본디 요리의 맛은 재료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재료 하나하나마다 재료의 본맛이 있고, 그 맛은 다른 재료로는 대체할 수 없는 절대 맛이다. 이 하늘의 본맛을 살릴지 죽일지는 요리하는 사람의 책임이자 즐거움이다. 가장 훌륭한 재료는 각 지역마다의 특산물이다. 그래서 로산진은 운송 수단이 발달하지 않은 1920년대에 비용과 수고를 아끼지 않고 생산지의 좋은 재료를 기차로 직접 가져오는 열정을 보인다.

▶ 진심과 친절을 다해 품격을 높여라. 요리에 드러나는 것은 바로 당신 자신이다.
요리란 사물의 이치를 헤아리는 일이다. 삶거나 썰거나 끓이거나 하는 형식이 아니라 그 행위의 본질을 가리킨다. 요리인의 마음가짐에 따라 재료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가짐의 기본은 진심과 친절이다. 이것은 비단 요리인만이 아니라 주부에게도 해당된다. 진심을 다해 수양하지 않으면 아무리 기술이 능숙하더라도 훌륭한 요리는 기대할 수 없다. 음식을 먹는 사람도 그렇다. 다른 사람이 주는 대로 묵묵히 받아먹기만 하는 것은 더 나아가 사람의 자기존립마저 저버리는 행위라고 일갈한다. 품격을 높여라. 결국 마지막에 드러나는 것은 바로 요리한 사람, 당신 자신이다.

▶ 요리는 예술이다.
맛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까지 추구한 로산진은 ‘그릇은 요리의 기모노‘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요리의 발달과 그릇의 발달은 함께 가는 것이기에 요리인이 도기 장인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도자기를 연구하기 위해 조선과 중국을 찾기도 했다. 또 16세부터 선생이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로 서예나 그림에 뛰어난 심미안을 가진 로산진은 음식을 먹고 맛을 평하는 일과 그림을 보고 미를 예찬하는 일은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로 본다. 로산진이 운영한 호시가오카사료에서 신문광고를 낸 요리인의 응모자격을 보자. 요리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미적 감각이 뛰어나야 함이 첫 번째 조건이다.

〈응모 자격〉
일본요리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일에 미적 감각이 뛰어난 사람.
그림, 조각, 건축, 공예 등 예술에 애착을 갖고 식도락을 즐겨 이제껏 별난 사람으로 취급받은 사람.
매우 건강한 신체를 가진 사람.

요리는 세상의 이치를 헤아리는 행위다
기타오지 로산진의 요리미학

평생 미식의 길을 탐구한 기타오지 로산진은 생전에 요리 관련 글을 많이 남겼다. 그의 고집스런 요리철학이 엿보이는 글도 있고, 당시 식량 사정이나 생활상이 엿보이는 글도 있다. 또 초밥, 냄비요리, 오차즈케 등 일상에서 즐겨 먹는 요리를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글도 있다. 때론 오지랖 넓은 충고나 날카로운 독설처럼 느껴지는 그의 글은 멋지게 쓰지 않은 문장 속에 요리와 미식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가득하기에 시대를 넘어 지금 우리가 읽어도 배울 점이 많다. “요리를 좋아하는 마음만큼 요리를 잘 만드는 비법은 없다.” “맛을 모르는 이는 요리에 쓸데없는 수고를 들인다.” “어떻게 해도 맛없는 요리를 만드는 사람이 있는데, 바로 게으름뱅이다” 등등. 1959년 76세로 타계한 기타오지 로산진이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요리의 세계’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그 열정의 강도를 따라잡을 만한 요리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함부로 버리지 마라. 이 교양 없는 요리인아!
로산진은 요리를 모르는 사람이나 무 껍질 등을 쉽게 폐기물이라 한다고 질타한다. 껍질을 폐기물이 아니다. 껍질이야말로 재료의 특별한 맛과 영양을 보존하고 있다. 그 이치를 모르는 교양 없는 요리인만이 껍질을 죄다 벗긴다며 꾸짖는다.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했을 때 비로소 요리에 걸맞는 가치가 생기고, 요리인은 요리인다운 자격을 갖는다. 잔반 처리도 마찬가지다. 힘껏 솜씨를 부린 요리가 손님의 배를 미처 채우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 새롭게 살릴 방도를 궁리하지 않는다면, 요리인으로서 실격이다. 요리하는 사람의 무정견으로 먹는 사람의 미각을 둔화시켜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본맛을 없애버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다.

▶ 질릴 때까지 먹어봐야 그 요리의 참맛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식도락가라 함은 뜻을 크게 품고, 요리를 맛보며, 인격을 높여야 마땅하다. 그리고 재료의 진정한 맛을 알고 싶다면 일단 먹어봐야 한다. 끊임없이 먹고 또 먹다보면 반드시 한번은 싫증이 난다. 그때 비로소 그 재료의 진짜 맛을 처음으로 알 수 있다. 진지하게 이를 반복하고 반복하라.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요리인인 체 하지 마라. 수십 년을 체험한 후에야 겨우 터득했다는 로산진은 오랜 시간에 걸친 은어 맛의 진수를 찾아가는 미식 체험에 특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신 같은 미식가는 유일한 존재는 아니더라도 희귀한 존재라며 미식 몰입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음을 단언한다.

▶ 미식 공산주의라도 일으키자. 이 한 몸 흔쾌히 바치겠다.
세간의 명성과 권위를 일절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혀만을 의지하며 맛의 도(味道)를 흔들림 없이 찾아가는 로산진. 아무 음식이나 주는 대로 입에 넣기만 하고, 맛있는 요리를 찾아 먹으려는 의욕을 싸잡아 사치라고 말하는 평범한 말 한마디에 흔들리지 말라고 충고한다. 맛의 아름다움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주인이 던져주는 대로 가만히 받아먹으며 행복해하는 개나 고양이와 다를 바 없다. 로산진다운 발언이다. 그러면서 자신은 만약 누군가 미식의 자유를 요구하는 깃발을 들고 미식 공산주의라도 일으킨다면, 불초 소생도 한 몫 거들기 위해 흔쾌히 연단에 올라 절규하겠노라 주장한다.

??? 추천의 글

요리의 전설, 로산진의 가르침과 꾸짖음
로산진의 책은 지금껏 한국에 번역되지 않았지만, 그 이름은 읽고 먹는 이들에게는 익숙하다. 예의, 그의 박학한 지식과 ‘喝(꾸짖을 할)’로 나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머리’와‘입’밖에 없는 돼먹지 않은 자칭 미식가-그 시절에도 똑같았군-에게 향하는 붓의 날카로움은 왜 로산진인지 말해준다. 읽어내려 가면 이내 그가 목소리만 큰 사람이 아니라, 진정 음식을 사랑하는 순수파라는 걸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본식 양념을 꺼내 요리를 먹었던 무용담도 웃으며 읽게 된다. 일본인답게 회와 초밥에 대해 제대로 먹는 법이 실려 있고, 언젠가는 써먹을 수 있는 진짜배기 정보들이다(초밥은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독특한 이론은 빼고 말이다). 그의 말대로 ‘한 장 한 장 독립된 장으로 읽’어야 옳은데, 가벼운 소설 보듯 밤새 책장을 덮어버리고 말았다. 서양에서 미식을 쾌락과 관련된 윤리학의 갈래로 보고 있을 때, 로산진은 그것을 수양의 도구로 삼고 있어서 이채롭기도 하다. 먹는 일의 공교로움을 오랫동안 생각하게 한다. 여담인데, 이 호통 대단한 노인네의 말을 곁에서 듣노라니 이내 귀여워지는 기분, 독자들도 느낄 수 있을 듯.
박찬일(로칸다 몽로 주방장)

로산진이 좋아하는 오리베야키 위에 헤엄치는 은어구이를 올렸다. 오리베야키는 센노 리큐의 제자로 다도인이자 도예가인 후루타 오리베(古田織部)가 고안한 것으로 바둑판 무늬, 부채꼴 모양 등 기존과는 다른 자유로운 형태와 녹유를 사용해 표현한 녹색과 황갈색이 특징이다.
정호영 (카덴 주방장

작가정보

저자 기타오지 로산진은 1883~1959. 일본의 서예가이며 도예가이자 요리인. 서예, 회화, 전각, 도기 등 여러 방면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특히 요리를 하나의 종합예술로 완성해 ‘일본 요리의 전설’로 불린다. 또 사치는 공공의 적이던 시대에 나홀로 ‘미식의 자유’를 부르짖은 ‘일본 최초의 미식가’이기도 하다. 국내에선 요리만화의 바이블 『맛의 달인』 속 최고의 미식가로 등장하는 우미하라 유잔의 실제 모델로 유명하다.
교토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1904년 일본미술전람회에서 수상하며 서예가로서 이름을 알렸고, 1912년 조선과 중국을 여행하며 도자기와 전각을 공부했다. 일본에 돌아와서는 각 지역을 돌며 고독한 식객 생활을 이어갔다. 이때 터득한 미각과 솜씨를 바탕으로 1925년 회원제 요릿집 ‘호시가오카사료’를 열었다. 호시가오카사료는 ‘요리는 혀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거워야 한다’는 로산진의 신념과 감각이 고스란히 녹아든 곳이다. 재료 선택과 요리는 물론 요리에 어울리는 그릇까지 그가 직접 제작했을 정도다. 하지만 로산진은 여느 천재들이 그렇듯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성격 때문에 종종 인간적으로 고립됐다. 형식만을 강조하며 제대로 맛을 즐기지 못하는 일본 식문화에 거침없이 이의를 제기했고, 세상을 향해 곧잘 독설을 퍼부었다. 그를 두고 일부 사람들은 ‘고집불통 이단아’라며 비난했고, 1936년 자신이 운영하던 호시가오카사료에서 퇴출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기타가마쿠라 산속에서 손수 수확한 재료로 요리를 하는 한편 도자기 제작에 몰두했다. 그 결과 1954년 록펠러 재단의 초청으로 미국에서 전시회를 열었고, 유럽에서 피카소와 샤갈을 만나 극찬 받았다. 1955년 ‘인간국보(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지정됐지만 형식과 권위를 극도로 싫어한 로산진은 거부한다. 지은 책으로는 『상용한자 삼체습자첩』『로산진 작자인보』등이 있다. 사후 그가 남긴 글과 작품을 편집한 『춘하추동 요리왕국』『로산진 미도』『로산진의 식탁』『로산진의 미식수첩』등이 발간됐다.

역자 안은미는 에디터 및 번역가. 강원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도쿄에서 2년 간 어학을 공부했다. 2004년부터 에디터로 일하는 한편 만화, 방송물 등의 일본 관련 콘텐츠를 번역했다. 외식 일색이던 생활을 접고 일품요리까진 아니더라도 편안한 집밥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기타오지 로산진의 책 번역에 도전했다. 옮긴 책으로는 『우표, 역사를 부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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