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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라는 짐승

북클럽 자본 시리즈 3
고병권 지음
천년의상상

2019년 01월 15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12월 27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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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 정보 epub (35.05MB)
ISBN 9791185811802
쪽수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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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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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란 무엇이고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저것은 얼마짜리인가“

‘화폐’라는 짐승도, ‘국가’라는 괴물도 모두 ‘바깥’에서 왔습니다. 공동체의 ‘바깥’ 말입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에서 끌어내는 이야기들은 우리 마음을 참 씁쓸하게 합니다.
사람을 볼 때도, 땅을 볼 때도, 심지어 행성을 볼 때도 저거 얼마짜리일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는 것.
모든 사물들에 가격표를 붙이려 들고, 가치눈금이 새겨진 눈으로 사물들과 세상을 보는 것.
여기가 자본주의죠. 여러분, 자본주의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자의 말-국경을 사유하기

1 상품소유자-상품을 소유한다는 것
○상품이 소유자의 손에 끌려간다 ○상품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생체에 담긴 상품

2 화폐, 코뮨을 해체하다
○상품을 교환하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타인이다 ○힘과 권세를 그 짐승에게 주더라 ○화폐는 철저한 평등주의자
○공동체가 끝나는 곳, 공동체들의 경계에서 ○상품보다 먼저 날아온 대포알 ○화폐의 마법이 은폐하는 것들

3 ‘화폐’를 기능별로 살핀다는 것
○‘가치’에서 ‘자본’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화폐의 기능적 현존 ○화폐는 기능별로 유래가 다르다

4 내 머릿속의 금화-가치척도로서 화폐
○‘가치를 가진 것’만이 가치를 잴 수 있다 ○머릿속의 금화, 관념 속의 금고 ○그의 이름이 야곱이라는 걸 안다 해도……
○가치에서 가격으로 바뀔 때 ○당신의 양심은 얼마짜리인가 ○됐고, 네 주머니에 그게 있는가 없는가?

5 상품과 화폐의 순탄치 않은 사랑-유통수단으로서 화폐
○아마포 직조공과 애주가의 거래 ○두 번의 탈바꿈-‘상품→화폐→상품’ ○유통에 필요한 화폐의 양은 얼마인가
○가격혁명에 대한 그릇된 해석-유통수단과 가치척도의 혼동 ○통화량 확대의 ‘시간 차’에서 생긴 이익은 누구에게 가는가?
○금으로 만든 돈과 종이로 만든 돈 ○권력자는 돈을 쓰고, 백성은 빚을 갚고, 자본가는 돈을 번다 ○돈이 돈다는 것

6 특별히 사랑스러운 화폐-화폐로서 화폐
○‘화폐로서 화폐’-화폐만의 매력 ○화폐를 갖고 있으면 마음이 놓인다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는 화폐-절대적인 ‘사회적 부’의 형태 ○돈을 갚아라, 아니면 살덩이라도 내놓든지!
○종이와 연필만으로도 충분하다 ○목마른 사슴이 물을 갈망하듯
○세계화폐-화폐가 국민적 복장을 벗어버리면

부록노트
○I - 돈의 얼룩과 냄새
○II - 공동체와 화폐①: 공동체화폐
○III - 공동체와 화폐②: 노동시간전표와 노동화폐
○IV - 마르크스의 비유: ‘몸을 파는 여성’과 ‘가죽을 파는 동물’

상품은 왜 시장에 갔는가. 소유자에게 끌려갔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소유자는 왜 상품을 시장에 끌고 갔을까요? 그에게는 욕구도 있지만 사정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삶에 필요한 것들은 모두 시장에 가야만 구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또 시장에서 어떤 것을 구하려면 시장에 무언가를 내다팔아야만 했고요. 언제부턴가 시장에서 이뤄지는 상품교환이 삶을 꾸려가는 방식이 된 겁니다. 고대에도 소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지요. 사람들에게 ‘역사적으로’ 무슨 일인가 일어난 겁니다. - 19쪽

마르크스는 상품이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상품소유자가 상품에 폭력을 가할 수 있다는 문장에 의미심장한 주석을 달았습니다. “신앙심(Frommigkeit)으로 평판이 높았던 12세기에도 상품들 중에는 가끔 아주 민감한 것도 있었다. 당시 프랑스의 한 시인은 랑디(Landit)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상품들로 천, 구두, 가죽, 농기구, 모피 등과 함께 ‘몸을 파는 여성’(femmes folles de leur corps)까지 들고 있다.” - 22쪽

17~18세기 사회계약론의 등장은 의미심장합니다. 사회계약론은 ‘비동료 간의 유대’로서 사회가 어떻게 출현했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사회계약론자들은 사회상태 이전의 자연상태를 가정합니다. 자연상태는 일종의 야만상태입니다. 이를테면 토머스 홉스(T. Hobbes)에게 자연상태란 인간이 서로에게 늑대인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언제든 서로의 것을 빼앗을 준비가 되어 있지요. 어떻게 이 상태에서 벗어날 것인가. 사회상태는 어떻게 출현했는가? - 36쪽

모든 영토들은 누군가에게는 국경이 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평생에 걸쳐 나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도 국경의 삶을 살 수 있는 겁니다. 국가, 영토, 국민의 진정한 타자는 다른 국가, 다른 영토, 다른 국민이 아니라 국경이고 난민입니다. 국가가 무엇인지 고민한다면 국경이 무엇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 51쪽

저울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 감자자루를 달아두고 다른 쪽에 추를 달아둔다고 해볼까요. 이때 추는 한편으로 감자자루의 무게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감자자루의 무게를 잰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추가 감자자루의 무게를 잴 수 있는 것은 그것 자체가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무게를 가진 것만이 다른 것의 무게를 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치를 가진 것만이 가치를 재는 데 이용될 수 있지요. 가치척도인 한에서 화폐가 상품인 이유가 이것입니다. - 85~86쪽

상품의 가격에는 비용과 이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격 대신 가치라는 용어를 쓰자면 ‘투자가치’와 ‘잉여가치’가 들어 있는 셈이죠. 그런데 상품가격이 비용과 이윤의 합이라면, 자본가에게는 이윤의 폭만큼 가격을 조정할 여지가 생깁니다. 100원의 비용과 20원의 이윤을 더해 정가가 120원인 제품이 만들어졌다 해도 110원에 팔 수 있습니다. 특별 할인행사 광고를 해서요. 그래도 손해는 아니니까요. 판매가를 조정할 수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직은 우리가 ‘잉여가치 생산’에 대해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상세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만, 자본가는 100원을 투자해 실제로 120원에 합당한 물건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속여서 부풀리는 것이 아니라요. 참고로 자본가들은 이런 문장, 그러니까 100원이 120원을 만들어냈다는 식의 문장을 좋아합니다. 자본의 신비한 힘을 보여주니까요. 일종의 자본 물신주의죠. 우리는 나중에 마르크스가 자본을 불변자본과 가변자본으로 나누는 걸 볼 텐데요. 그때 이 ‘신비’는 사라집니다). 120원이 가치를 그대로 반영한 가격이라고 본다면 110원은 가치 이하로는 팔았지만 이윤은 남는 그런 가격입니다. 실제로 경쟁이 심할 때 자본가에게는 이런 ‘유인’이 존재합니다. - 97쪽

<북클럽 『자본』>이란?
천년의상상 출판사는 철학자 고병권이 ‘독자들과 함께’ 마르크스의 『자본』을 읽어나가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그간 ‘난공불락의 텍스트’로 여겨지며 수많은 독자들을 중도 포기하게 만든, 그래서 늘 미련이 남는 책 마르크스의 『자본』(제1권)을 철학자 고병권의 오프라인 강의와 더불어 제대로 읽어나가려는 기획입니다. 2018년 8월부터 2년간 격월간으로 『자본』을 더 깊이 해석한 단행본이 먼저 출간되고, 책 출간 다음 달에는 오프라인 강의가 진행됩니다(이 강의는 온라인으로도 제공됩니다). 자세한 출간 일정은 책 속의 ‘일러두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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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폐는 어디서 온 것인가? 화폐는 ‘국경’에서 태어난 것
― 화폐가 해체한 공동체, 공동체가 사라진 자리를 차지한 ‘화폐공동체’

철학자 고병권과 함께 마르크스의 『자본』을 더 촘촘하게 읽어보려는 기획 <북클럽 『자본』> 시리즈의 3권 『화폐라는 짐승』이 출간되었다. 시리즈의 2권 『마르크스의 특별한 눈』에서 저자 고병권은 『자본』 제1장 ‘상품’에 대한 남다른 해석력을 보여주었다. 시리즈의 3권 『화폐라는 짐승』에서는 『자본』 제2~3장, ‘교환’과 ‘상품유통’ 그리고 ‘화폐’라는 주제를 다룬다. ‘상품’에서 시작된 논의를, 상품을 ‘소유한다는 것’과 ‘교환하고 유통한다는 것’, 나아가 ‘화폐의 발생’까지 추적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자본』에 담긴 ‘상품의 교환과정’과 ‘화폐에 관한 논의’를 통해서도 저자 고병권은 다시금 마르크스의 섬세한 독해에 감탄한다. 마르크스가 ‘두 상품소유자의 만남’이라는 단순한 사실로부터 이전의 ‘공동체’와는 다른 ‘근대사회’ 인간관계의 특징을 읽어내고, 화폐가 가진 기능들이 전제하거나 수반하는 관계의 실체를 간파했으며 그 기능에 내재한, 자본주의사회에만 고유한 위기의 양상들까지 감지해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스미스가 상정한 ‘자유롭게 교환하는 개인’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덤 스미스가…… 역사에 선행하도록 한 것은 오히려 역사의 산물이다.” 교환하는 개인들은 역사의 출발점이 아니라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개인’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의 출현과 함께 ‘출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인간은 “사회 속에서만 자신을 개별화할 수 있는 동물”입니다. 우리는 개인과 사회를 곧잘 대비해서 이해합니다만 개인과 사회는 ‘함께’ 탄생했습니다. - 본문 38쪽

저자 고병권은 ‘상품’이 태초부터 존재해온 ‘노동생산물’과 다르듯, ‘자유롭게 교환하는 개인’ 역시 인간의 타고난 본성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교환하고 거래하고 교역하고 값을 치르는 풍경은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본성의 결과물이 아니라, 언젠가 ‘생겨난 것’이다. 그것은 ‘사회’와 함께 출현한 것이며, 그때 ‘사회’와 함께 ‘개인’도 또 ‘화폐’도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화폐’란 공동체가 붕괴된 곳에서 탄생한 어떤 것이다.
저자 고병권에 따르면, 상품교환이 일반화되고 화폐가 ‘일반적 등가물’로 기능하는 곳에서 공동체는 해체될 수밖에 없다. 마르크스의 표현을 빌리자면 “화폐 자신이 코뮨(Kommune)이 아닌 곳에서 화폐는 코뮨을 해체해야” 한다. 화폐는 공동체적 인간관계, 즉 코뮨을 해체하고 그 자신이 하나의 유대, 하나의 관계, 말하자면 하나의 ‘공동체’로서 등장한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고병권은, 어쩌면 근대사회란 공동체를 해체하면서 생겨난 ‘화폐공동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결국 화폐는 공동체적 관계의 발전을 통해서는 생겨날 수 없는 것, 공동체적 관계의 발전이 아니라 ‘해체’를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화폐가 ‘전제하는’ 인간관계 역시 공동체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자본주의적 인간관계란 바로 그런 것이다.


2. ‘화폐의 기원’을 통해 사유하는 인간학
― 화폐가 ‘전제하는’ 인간관계는 무엇인가? ‘사회적’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인가?

마르크스는 ‘상품’도 ‘화폐의 거래’도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 그 경계에서 발생했음을 밝힌다. 공동체와 공동체의 경계란 각각의 공동체가 가진 규칙이 적용될 수 없는 곳이다. 규칙을 공유하지 않으면서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 곳. 처음에는 공동체들 사이의 어떤 장소로 나가 이런 관계(상품의 교환관계)를 형성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르크스가 거듭 강조하듯이, “상품교환이 일반화되면 화폐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그런데 상품과 화폐가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연원했다면 그것이 전제하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관계란 기실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 존재하던 관계인 것이다. 공동체들 사이에서나 존재하던 인간관계가 공동체 내부에서도 일반적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구성원들 각자가 하나하나의 ‘독립된 공동체’처럼 존재한다는 뜻으로, 서로가 서로를 마치 다른 부족 대하듯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회적’이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라고, 저자 고병권은 지적한다.
고병권에 따르면, 마르크스에게 이 ‘사회적’이라는 말은 “한 무리의 공통 규칙들을 공유하지 않는 공동체들 사이의 교환이 지니는 고유한 특징”을 가리켰다. 시장에서 어떤 상품을 가진 사람이 다른 상품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라는 것은 그런 의미다. 즉 각자는 저마다의 사정과 저마다의 규칙에 따라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가지고 나간다. 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사정일 뿐 그와 관련해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내 사정에 의해 내 물건의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사정, 사회적 필요에 따라 내 물건의 가격과 가치가 정해진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것이 ‘자본주의 시장의 규칙’이다. 이 규칙에 따르면 개인들은 이제 각자도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공황 같은 위기는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공동의 운명’처럼 들이닥친다는 역설을 겪어야 한다. 결국 공동체에서 벗어난 사회 속 개인의 처지는 이렇게 뒤바뀌었다. 이런 맥락에서 저자는 그러한 개인의 처지를, 여전히 ‘국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사유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3. 화폐의 세 가지 ‘기능적 현존’과 화폐 그 자체가 목적인 화폐
― 마르크스는 왜 화폐를 ‘기능별’로 살피고 따져보았는가

『자본』 제1장에서 마르크스는 상품교환에 이미 화폐가 들어 있음을 논증했다. 상품의 가치는 우리가 직접 보거나 만질 수 있는 게 아니고 항상 그것과 교환되는 다른 상품의 모습으로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은 상품의 가치를 나타내는 화폐도 마찬가지로 갖고 있다. 화폐는 상품 A와 교환됨으로써 상품 A의 가치를 표현하는 상품 B와 같다. 다만 화폐가 좀 특별하다면 다른 모든 상품에 대해서도 그런 역할을 한다는 점, 즉 교환의 ‘일반적 등가물’이라는 점에서다. 따라서 상품들이 교환되는 한, 하나의 상품은 다른 상품의 화폐 역할을 하는 것이고, 그런 면에서 ‘상품들의 교환’에 이미 화폐가 내재해 있다. 그리고 『자본』 제2장에서 마르크스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화폐가 특수한 인간관계를 전제함을 논증한다. 화폐는 공동체적 인간관계가 작동하지 않는 곳, 즉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저자 고병권은 마르크스가 말하는 이 ‘화폐’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가치의 현상형태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치의 증식을 설명하는 ‘출발점’임을 짚는다. 증식하는 가치가 곧 ‘자본’이지만, ‘화폐’ 자체가 ‘자본’은 아니다. 예를 들어 농부가 배추를 팔고 받은 돈으로 자전거를 샀다면 그 돈은 ‘자본’이 아니라 그저 상품을 교환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다. ‘화폐로 사용되는 화폐’와 ‘자본으로서 화폐’는 다른 것이며, 그래서 마르크스는 화폐가 그냥 ‘화폐로 기능하는 것’과 ‘자본으로 기능하는 것’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본』 제3장에서 마르크스는 그러한 구분을 이해시키고자 화폐의 일반적 기능을 하나씩 살핀다.

『자본』 제3장은 ‘가치’에 대한 설명에서 ‘자본’에 대한 설명으로 넘어가는 대목입니다. 『자본』 제1편의 제목이 ‘상품과 화폐’였는데요. 상품과 화폐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부’(富) 즉 ‘가치’가 우리에게 ‘나타나는 형태’였습니다. 그래서 ‘가치의 현상형태’라고 불렀죠. ‘화폐’는 특히 그렇습니다. 화폐만 놓고 보면 가치 자체가 독립해서 우리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가치의 현상형태’가 아니라 ‘가치 자체’라는 착각이 들 정도죠. 그래서 사람들은 금고에 쌓인 돈 자체를 부의 축적, 가치의 축적으로 봅니다. 가치는 ‘사물’이 아니라 ‘관계’라는 점을 잊는 겁니다. ‘화폐 물신’에 빠진 거죠. - 본문 68쪽

‘화폐의 기능적 현존(funktionelles Dasein)’은 마르크스가 『자본』 제3장에서 쓰는 표현으로, 화폐의 ‘물질적 현존’과 대비되는 표현이다. 저자 고병권의 설명에 따르면, 화폐의 ‘물질적 현존’은 화폐를 소재 측면에서 보는 것이다. 화폐가 금의 형태로 존재하느냐, 종이 형태로 존재하느냐 하는 것. 반면 화폐가 어떤 ‘기능’으로 존재하는지, 이를테면 가치척도로 존재하느냐, 유통수단으로 존재하느냐를 구별하는 것이 바로 ‘기능적 현존’이다. 예컨대 국가가 발행하는 ‘지폐’와 도매상이 유통시키는 ‘어음’은 소재는 모두 종이 형태로 되어 있으나 그 기능도 그 역사도 매우 다르다. 그리하여 마르크스는 화폐를 세 가지 ‘기능적 현

작가정보

저자(글) 고병권

서울대에서 화학을 공부했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사회사상과 사회운동에 늘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왔다. 오랫동안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생활했고 지금은 노들장애학궁리소 회원이다. 그동안 『화폐, 마법의 사중주』, 『언더그라운드 니체』, 『다이너마이트 니체』, 『생각한다는 것』, 『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등 여러 권의 책을 썼다. 그는 마르크스의 『자본』을 1991년에 처음 우리말 번역본으로 읽었다. 그 시절 한국은 민주주의 열망이 불붙던 시기다. 어느덧 30여 년이 지나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으며, ‘그 달라지지 않은 것’을 사유하고자 다시 『자본』을 읽어야 하는 시대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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