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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듐 걸스

빛나는 영혼
케이트 모어 지음 | 이지민 옮김
사일런스북

2018년 04월 13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04월 01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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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12.35MB)
ISBN 9791196169756
쪽수 6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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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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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빛나는 여인들
자본의 탐욕에 희생된 어린 소녀들의 정의로운 투쟁기
산업재해로 하나씩 스러져간 아리따운 청춘들의 이야기는 그 후 100년이 지난 오늘 지구 정반대편의 이곳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이 이야기가 더 넓게 퍼져나가야 하는 이유다. 작가 케이트 모어가 망각 속으로부터 라듐소녀들의 이야기를 소환해 낸다. 600여 쪽에 달하는 논픽션 속에 그들이 살아생전 외치고 싶었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무덤 속에서조차 빛나는 여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이 이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를 가감 없이 전한다.
그들에게 다가온 운명은 참혹했으나 매 순간 소중한 삶을 살았고 결국 승리하였다.

기만적인 기업의 행태, 전문가 집단의 교언영색, 정부의 미온적 대처, 그들의 불행을 백안시하는 지역사회의 냉담함, 그리고 장작을 태우듯 몸을 파먹어드는 질병의 고통을 참아내며 끝내 정의를 일으켜 세웠다. 세계 노동(탄압)사에 일획을 그은 라듐걸스는 후대 인류에게 커다란 유산을 남겼고 노동하는 존재로서 우리는 라듐걸스와 그들이 감내한 고통에 적잖은 채무가 있다.

작가 케이트 모어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라듐 걸스》는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로 등극했고, 지금도 수많은 찬사의 글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라듐에 대한 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논픽션 장르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독서의 즐거움도 맛볼 것이다. 라듐 중독이 실체를 드러내 가는 과정은 마치 의학 미스터리처럼 흥미롭고, 지난한 법정투쟁 과정은 그 어느 법정 드라마 못지않은 재미를 더한다. 케이트 모어의 스토리텔링에는 청춘이 있고 사랑이 있고 감동과 애절함이 있다. 무엇보다도 정의에 대한 열망이 녹아 있다.
주요 등장인물
프롤로그
1부 지식
2부 권력
3부 정의
에필로그
후기
작가의 말
감사의 글
독서 그룹 지도
사진의 판권과 출처
약어표
주석
참고문헌
색인

겨우 스물네 살의 나이였다.
몰리의 가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몰리를 데려간 게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알비나는 이렇게 기억했다. “몰리가 죽었지만 의사들은 이유를 모른다고 했어요.”
가족들은 사망 원인을 알고 싶었다. 알비나가 말했다. “큰언니가 크네프 의사를 찾아갔어요. 의사는 몰리가 매독으로 죽었다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수치스럽고 슬픈 비밀인가.
자매들의 아버지 발레리오에게 마지막 의료비가 청구되었다. ‘아멜리아 양에 대한’ 청구서라고 쓰여 있었다. 가족 주치의는 요청에 따라 청구 비용을 낮춰 주었지만 그런 호의를 베푼다고 몰리가 살아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57P]

마리가 회상했다. “우리는 남아 있는 라듐으로 눈썹, 입술, 속눈썹을 칠한 뒤 암실로 들어가 서로를 쳐다봤어요.” 소녀들은 오후에 라듐을 새로 받았다. 따라서 오전에 사용하고 남은 여분의 페인트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마리는 콧구멍 주위와 눈썹을 따라 야광 물질을 칠했고 우아하게 콧수염을 그린 뒤 익살스러운 턱을 그려 넣었다. 소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낄낄댔다. 그들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였다. 샬럿 네빈스도 기억했다. “우리는 불을 끈 뒤 거울을 보고는 한바탕 웃었어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빛이 났죠!”
웃고 떠들기는 했지만 묘하게 으스스한 광경이었다. 암실에는 햇빛이 전혀 비치지 않았다. 그 어떤 빛도 존재하지 않았다. 소녀들이 맨피부에 칠한 야광 물질만이 빛날 뿐이었다. 그들 자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보이는 건 라듐뿐! 다행히도 ‘그냥 재미 삼아’ 한 게임일 뿐이었다. 마리 스스로가 말한 것처럼. [80P]

이 모든 불행. 이 모든 고통. 이 모든 죽음.
보고가 접수되었고 캐서린은 이제 무언가 조치가 취해질 거라 생각하며 그곳을 떠났다.
그녀의 방문 기록이 남기는 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비트라는 이름의 공장 감독관은 그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걸로 끝이었다. [85P]

페그는 급료와 일감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에서 배운 게임도 집으로 가져 왔다. 페그의 조카 달린은 이렇게 말했다. “이모는 ‘어둠 속으로!’ 게임으로 어린 동생들을 즐겁게 해 주었죠.” 그들은 빛났다. 줄지어 앉은 루니 집안의 어린 동생들의 라듐 콧수염들이 일렬로 빛났다. 자그마한 방에 칸막이용으로 쳐 놓은 담요 뒤에서 밝게 빛나는 요정들! 페그와 나이 차가 가장 적은 캐서린은 자신이 목격한 모든 것에 매료되어 언니처럼 스튜디오에 들어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모두가 그곳에서 일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95P]

이제 모두가 사진사 앞에 조용히 앉았다. 일부는 서로 껴안거나 팔짱을 꼈다. 그들은 서로 바짝 붙어 앉은 채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셔터가 닫히고 그들 모두가 카메라 속에 갇혔다. 이 찰나의 순간 얼어붙은 시간 속에! 라듐 다이얼의 소녀들은 지금 스튜디오 밖에 앉아 있다. 영원히 젊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적어도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은 그랬다. [97P]

하지만 맥브라이드 장관은 영장을 발부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의 판단은 다분히 정치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노동부는 친기업적 성향이 강했던 것이다. 뉴저지주법에 따르면, 산업 공정이 아무리 해로울지라도 노동부는 이를 중단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이런 여러 요인으로 해서 노동부는 공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짓고 도장공들의 병을 더 이상 조사하지 않았다. 점점 더 많은 여성이 동일한 증상에 시름 하게 된 시점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교착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진단은 없었다.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도 없었다. 오렌지 라듐 스튜디오에서 정말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사람도 없었다. [104~105P]

오! 그 발광체! 맹렬히 그 물질! 캐서린 드링커는 경악했다. 여성들이 암실에서 옷을 벗자 박사는 그들의 가슴과 속옷, 허벅지 안쪽까지 가루가 어슬렁거리고 있는 걸 목격했다. 가루는 그들의 몸속 깊숙한 곳까지 흩뿌려져 있었고 마치 연인의 은밀한 입맞춤처럼 팔과 허리 주위로, 그리고 뺨과 목덜미를 따라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가루가 춤추듯 내려앉아 평소 눈에 띄지 않는 부드러운 부위를 샅샅이 어루만지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집요했다. 일단 그것이 여성들의 옷 속으로 침투하게 되면 절대 포기를 모른다. 드링커 박사 부부는 아무리 열심히 닦아내도 “그것은 피부에 들러붙어 있었다.”고 기록했다. [113~114P]

“이 표를 보면, 우리 공장 근로자들의 상태를 살펴본 검사 결과는 일반적인 산업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비슷한 검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노동부 역시 동의했다. 그 표

◎작가의 말 ◎

나는 2015년 봄, 런던에서 오타와 여성들의 인생을 그린 멜라니 마니치의 아름다운 연극, 《이 반짝이는 삶(These Shining Lives)》을 연출하면서 라듐 소녀들의 이야기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영국에서 잘 상연되지 않는 종류의 연극이었지만 구글 검색창에 무작위로 ‘여성들을 위한 훌륭한 연극’을 쳐 이 연극을 찾게 되었다. 나는 영국인인 데다 이 연극의 무대가 되는 마을에서 6,5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지만 캐서린 도노휴의 첫 독백을 읽는 순간, 반드시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위해 용기와 존엄, 투지로 분연히 일어선 실존 인물들의 놀라운 투쟁의 역사는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또한 온 세상에 보편적인 힘을 발휘할 게 분명했다.
다른 누군가의 실화를 전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작가가 되었든, 배우가 되었든, 감독이 되었든, 이야기의 주인공을 공정하게 대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나는 이러한 사명감을 안고 라듐 소녀들의 실화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수많은 배경 연구를 시행함으로써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이 여성들에 관해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읽는 것도 준비 작업의 일환이었다. 당시에는 주로 두 권의 학술 서적이 관련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클라우디아 클락이 쓴 《라듐 걸스: 여성과 산업보건 개혁(Radium Girls: Woman and Industrial Health Reform, 1910-1935), Claudia Clark》과 로스 뮐르너 박사가 쓴 《죽음의 빛: 라듐 다이얼 노동자들의 비극 (Deadly Glow: The Radium Dial Worker Tragedy), Dr. Ross Mullner》이었다. 이 책들은 값진 정보를 담고 있었으며, 덕분에 나는 각 배역을 정할 수 있었고 진실이 담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학문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꾼인 나로서는 이 책들이 소녀들의 생동감 넘치는 인생이 아니라 과학적이고 법률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얼마 안 가 나는 라듐 소녀들을 무대의 중심에 세우는, 그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하는 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의를 위해 싸우다 스러져간 여성들 개개인은 역사적인 성과에 가려져 있었다. 그들은 ‘라듐 걸스’라는 익명적 별명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개개인의 독특한 경험, 즉 그들의 상실과 사랑, 성취와 두려움에 관한 이야기는 잊혀졌다. 애초부터 그 어떤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나는 이 공백을 메우기로 했다. 연극을 연출하는 동안 이 여성들은 어느덧 나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들을 도와준 유명한 전문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그들의 빛나는 영혼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들은 평범한 노동자 계급 여성들이었고 나는 그들의 여정을 지도처럼 그려내는 걸 목표로 삼았다. 넉넉한 월급봉투를 처음 손에 쥐었을 때의 환희에서부터 처음으로 이가 아팠을 때, 그리고 그들을 병들게 한 기업을 상대로 싸우기 위해 개개인이 소환해야 했던 용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다루고 싶었다. 나는 여성들의 삶에 들어가 지금, 바로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매 순간을 그리고 싶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자들이 수십 년에 걸친 역사의 우여곡절에 함께하며 라듐 걸스 개개인에게 공감하기를 바랐다. 나는 라듐 걸스가 친구처럼 느껴지기를 원했다.
나는 여성들의 실화를 공정하게 다뤄야 한다는 사명을 잊지 않고자 애썼다. 작가로서 책임을 느낀 나는 라듐 걸스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6,500킬로미터를 건너 미국으로 갔다. 나는 그들의 출근길을 걸어 보고 싶었고 그들의 집과 무덤에 가 보고 싶었다. 또한 두 매기아 자매의 집을 연결해 주는 길을 걷고 싶었고 라듐 때문에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가파른 언덕을 오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껴 보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여성들에게 각자의 목소리를 부여하고 싶었다. 그래서 단서를 찾아내고자 했다. 내가 그들이 못다 한 말을 대신할 수 있도록 그들이 남긴 기록들을 찾아다녔다.
놀랍게도 이렇게 연구한 끝에 그들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낼 수 있었다. 여성들은 일기와 편지, 법정 증언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남겨 두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먼지가 가득 쌓인 채 자료보관소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었다. 누군가 들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삶을 더 깊이 파고들수록 나는 마치 백 년 동안 그들을 위해 싸워 온 대리인이 된 느낌이었고, 혹은 그들의 이야기에 날개를 달아 줄 조력자가 된 느낌도 들었다.
나의 연구는 뉴저지주에서 시작되었지만 워싱턴 D. C., 시카고, 오타와까지도 이어졌다. 한때 라듐 다이얼 공장이 있던 부지에 서 보니 캐서린이 사랑하던 성당이 대각선으로 맞은편에 있는 게 보였다. 라듐 기업이 지역사회의 한가운데 있었기에 여성들이 이에 맞서 싸우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캐서린이 남편과 함께 살았고 마지막까지 머물다 간 집, 마니치의 연극이 시작될 때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는 독백에서 묘사된 그 집 앞에 서 있자니 당시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운이 좋게도 여성들의 친척들을 인터뷰할 수 있었고, 덕분에 내 책의 주인공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일부 후손들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역 신문에서 인터뷰했던 이들이었다. 하지만 캐서린 도노휴의 가족처럼 옛날 방식대로 찾아다녀야 했던 이들도 있었다. 캐서린의 조카손녀는 일하는 도중 낯선 영국 여성에게서 오래전에 죽은 친척에 대한 얘기를 좀 들어 볼 수 없겠냐는 이메일을 받기도 했다. 그녀는 감사하게도 친절했으며 큰 도움을 주었다. 여성들의 친척들은 대부분 이 이야기가 마침내 이러한 방식으로 쓰인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그들은 인터뷰를 통해 사소하고 개인적인 세부정보를 제공해 주었고, 덕분에 나는 여성들의 생생한 모습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감동적인 인터뷰는 캐서린의 조카 매리와의 인터뷰였다. 캐서린이 통증 때문에 비명을 지른 적이 있냐고 묻자 매리는 숙모는 소리를 지를 힘도 없어서 그저 끙끙 앓기만 했다고 답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인터뷰였다. 가족들은 그들의 고모, 언니, 엄마의 어린 시절 사진도 공유해 주었다. 특히 인상적인 사진은 여덟 살 된 페그 루니가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3세대가 나란히 앉은 모습에는 그들이 20세기까지 이어질 거라고 자신 있게 믿었던 유산과 미래가 담겨 있었다. 15년 후 페그가 라듐 중독으로 젊은 나이에 사망하면서 이 유산이 더는 이어지지 못할 거라는 건 아무도 몰랐으리라.
나는 개인적인 인터뷰와 현지 조사를 시행한 것 외에도 도서관을 찾아가 며칠이고 자료를 찾아보기도 했다. 먼지 가득한 편지와 졸업앨범을 뒤지며 마이크로필름으로 촬영된 변호사, 의사, 신문 기자의 기록들을 살펴보았다. 여성들의 고통을 상세히 묘사한 글을 읽으며 나는 몇 번이고 눈물을 훔쳤고 이 모든 ‘이야기’가 얼마나 진실한 것인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퀸타 맥도날드가 횡격막부터 무릎까지 착용해야 했던 꽉 조이는 깁스 사진을 보았으며, 몰리 매기아의 엑스레이 사진 속에서 흰색으로 밝게 빛나는 뼈를 보았다. 캐서린 도노휴가 친구 펄 페인과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편지를 손에 쥐었을 때는 캐서린이 한때 집었던 똑같은 종이가 내 손에 들려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라듐 소녀들이 겪은 현실을 가장 뼈저리게 느낀 건 그들의 무덤을 방문했을 때였다. 여성들의 가족이 나를 안내해 주었는데, 그들은 내가 화강석으로 만든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여성들에게 조의를 표하는 동안 예의를 차리려는 듯 조금 떨어져 서 있었다. 나는 묘비에 새겨진 여성들의 이름을 보았다. 라듐의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그들의 몸이 햇살 가득한 잔디 아래 누워 있었다. 그들의 희생을 기려야 할 필요성을 나에게 다시 환기해 주는 순간이었다. 영국으로 돌아온 뒤 나는 최선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에게는 그럴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영국으로 데리고 왔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여성들의 사진을 책상에 둔 채 이 책을 썼으며, 매일 아침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레이스의 죽음에 관해 쓰면서, 아이들을 위해 살고자 하는 캐서린의 용기에 관해 쓰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 사진들은 가족들의 진술이나 기록보관소에서 얻은 정보, 그리고 그들의 고향에 대한 나의 생생한 기억과 함께 내 마음속에서 한데 뒤섞였다. 나는 치료제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유산을 겪은 슬픔, 무슨 일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싸우고자 하는 의지 등 그들 앞에 놓인 운명의 높낮이를 함께한다는 기분으로 개개인의 여정을 그렸다. 믿기 힘든 비극 속에서도 이 여성들이 보인 용기와 정신력에 다시 한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여덟 살 된 페그 루니도 내가 이 책을 쓸 때 내 곁을 지켰다. 이 책을 통해 페그와 그녀의 어머니, 할머니가 오랜 세월 이어져 나갈 거라 순수하게 믿었던 유산이, 어떤 의미에서,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는 21세기에 이 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페그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들이 감내한 막대한 희생 때문에 아직까지도 기억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라듐 걸스는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다. 역사 속 어둠을 뚫고 선의의 빛, 용기의 빛, 투지의 빛을 발하며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을 되살려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이 책은 그들의 것이다.
내가 그들을 공정하게 대했기를 바란다.

케이트 모어, 2017년 런

작가정보

저자(글) 케이트 모어

저자 케이트 모어(KATE MOORE)는 영국의 작가이자 연극 감독. 2015년 라듐 걸스를 다룬 히트작 《이 빛나는 생명들(These Shining Lives)》을 연출하면서 다이얼 도장공들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본서 《라듐 걸스》를 집필하기로 결심했다.
그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 워싱턴 DC, 뉴어크, 뉴저지주 오렌지, 그리고 시카고와 일리노이주 오타와 등지에서 취재와 연구에 전념하였다. 지역 도서관과 법원의 자료를 샅샅이 조사하는 것은 물론 라듐 소녀들의 고향 땅 흙 내음을 몸소 맡으며 여인들의 발자국을 따라 걸었고 유가족들과 장기간 면담을 통해 깨알 같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이 서 있던 그로스만 변호사의 사무실 로비에서, 그들이 작업하던 다이얼 도장공장 부지에서, 그리고 그들이 잠든 무덤에서 케이트 모어는 라듐 걸스를 기억해 냈고 그들을 되살려 내는 데 성공했다. 《라듐 걸스》는 아마존, 뉴욕 타임스, 월 스트리트 저널, USA 투데이 종합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역자 이지민은 책이 좋아, 글이 좋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번역가가 되었다. 책에 파묻혀 일하다가도 쉴 때가 되면 또 다른 책으로 손이 갈 만큼 책을 좋아한다. 고려대학교에서 건축공학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공부했으며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어반하우스》, 《망각에 관한 일반론》 등 서른 권 가량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저서로는 《그래도 번역가로 살겠다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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