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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존엄에 대한 요구와 분노의 정치에 대하여
한국경제신문

2020년 05월 06일 출간

종이책 : 2020년 04월 20일 출간

(개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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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47597425
쪽수 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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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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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종말》의 저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신작으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세 가지 현상을 분석한다. 인정에 대한 요구, 타자 혐오, 포퓰리즘 정치가 그것이다. 이 현상은 모두 같은 이유, 즉 현대 사회의 필연인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에서 시작된다. 소속감을 갖기 어렵고 인정의 결핍을 겪어온 이들이 민족·인종·성별·종교에 몰두하게 되며, 이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대상에 대한 혐오로 번지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개별 정체성을 기반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는 상황은 특정 정체성을 호명하고 자극하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출현하기 좋은 토양이 되어준다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다를 수 있을까. 후쿠야마가 찾고자 하는 답이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에 등장하는 사례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의 것이지만, 이와 같은 모순은 정치적 진영논리와 종교의 유무와 지역에 따라 균열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한국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존엄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도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끊임없는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정치학자의 경고를 못 들은 척 넘어갈 수 없는 이유다.
서문 006
1장 존엄의 정치 021
2장 영혼의 세 번째 부분 035
3장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 055
4장 존엄성에서 민주주의로 073
5장 존엄성 혁명 081
6장 표현적 개인주의 093
7장 민족주의와 종교 107
8장 잘못 배달된 편지 129
9장 보이지 않는 인간 139
10장 존엄성의 대중화 155
11장 정체성에서 정체성들로 175
12장 국민 정체성 203
13장 국민의식을 위한 내러티브 225
14장 무엇을 할 것인가 257
주 286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선거 결과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이 향후 미국과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스러웠다. 트럼프의 당선은 그해에 세계를 놀라게 한 두 번째 투표 결과였다. 첫 번째는 같은 해 6월 영국이 국민투표를 통해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일이었다.
_서문

존엄 인정에 대한 요구는 오늘날 세계 정치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을 하나로 묶는 마스터 개념이다. 그것은 백인 민족주의나 대학 캠퍼스에 나타나는 정체성 정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구시대적 민족주의의 고조와 정치화된 이슬람교 같은 보다 넓은 차원의 현상들과도 관련된다. 이 책에서 나는 경제적 동기라고 믿어지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인정받기 위한 요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따라서 단순히 경제적 수단만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는 오늘날 우리가 포퓰리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에 직접적이고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_서문

그러나 자유주의 세계 질서가 지구촌 모든 이들에게 행복을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많은 국가에서, 특히 선진국들에서 불평등이 크게 심화됐다. 경제 성장의 수혜를 받은 것은 주로 고학력엘리트층이었던 것이다.3 아울러 경제 성장이란 곧 세계 각지로 이동하는 재화와 자본, 사람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에 커다란 사회 변화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과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 살던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생활하면서 TV는 물론 휴대폰으로 인터넷까지 이용하기 시작했다. 노동시장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위한 더 나은 기회를 찾으려고, 또는 자국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서 탈출하기 위해 국경 너머 해외로 이동했다. 중국과 인도 등지에서 신흥 중산층이 크게 늘어나 선진국의 기존 중산층이 하던 역할을 대체했다. 제조업은 유럽과 미국을 떠나 동아시아를 비롯해 노동력이 싼 지역들로 꾸준히 이동했다. 이와 동시에 점차 서비스 중심으로 변해가는 새로운 경제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대체했으며, 한편에서는 스마트 기계들이 저숙련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_1장 존엄의 정치

분노의 정치를 주도하는 리더들은 서로를 쉽게 알아본다. 푸틴과 트럼프가 서로에게 느끼는 공감은 개인적 차원의 것이라기보다는 그들이 공통되게 지향하는 민족주의에서 기인한다. 오르반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서구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미국 대통령의 부상을 두고, 세계 정치라는 경기장에서 초국가적 엘리트(즉 ‘글로벌’ 엘리트)와 애국주의에 기초한 민족적 엘리트 사이에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표현한다.” 물론 오르반 자신은 일찌감치 후자에 속했다.
위에 언급한 모든 사례의 집단은(러시아나 중국 같은 거대 국가이든, 미국이나 영국의 유권자들이든) 자신의 정체성이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의 경우 외부 세계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유권자 집단의 경우 동일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이다. 정체성은 민족, 종교, 민족성, 성적 성향, 성별 등을 토대로 매우 다양하게 형성되며 이들 정체성은 모두 정체성 정치라는 공통된 현상이 표출되는 매개물이다.
‘정체성(identity)’과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라는 용어는 상당히 최근에 등장했다. 정체성이라는 개념은 1950년대에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에 의해 대중화되었고, 정체성 정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문화정치학을 배경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늘날 정체성이라는 말은 매우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어떤 경우에는 단순히 사회적 범주나 역할을 지칭하고, 어떤 경우에는 개인에 대한 기본 정보를 의미한다(예컨대 “내 신원(identity)이 도난당했다”고 말할 때). 이런 방식으로 정체성은 예부터 지금까지 늘 존재해왔다.
_1장 존엄의 정치

하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현대의 정체성 정치를 이끄는 힘은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소외당해온 집단들의 평등한 인정에 대한 요구다. 그런데 이 같은 평등한 인정에 대한 욕망은 해당 집단의 우월성을 인정해 달라는 요구로 쉽게 변형될 수 있다. 이는 오늘날 민족주의와 민족적 정체성, 그리고 종교 극단주의자들의 정치에서 쉽게 목격되는 현상이다.
_2장 영혼의 세 번째 부분

투모스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늘 존재해온 인간 본성의 보편적 측면이지만,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내면의 자아가 있고 주변 사회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라는 생각은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시각이다. 따라서 정체성이라는 개념은 투모스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근대에 와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체성이 내적 자아 및 외적 자아라는 개념과, 그리고 내적 자아가 외적 자아보다 더 가치 있다는 급진적 관점과 결합하게 된 것이다. 이를 초래한 원인은 자아에 대한 관점에 일어난 변화, 그리고 경제적 및 기술적 변화로 급속도로 진화하기 시작한 사회 현실이었다.
_2장 영혼의 세 번째 부분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정체성이라는 개념은 대부분의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형성되기 힘들다. 인간 역사에서 지난 1만 년 중 대부분의 시간 동안 대다수 사람들은 안정된 농업 사회에서 살았다. 그런 사회에서는 사회적 역할이 제한적이고 고정돼 있다. 나이와 성별을 토대로 엄격한 계층이 형성되고 모두가 같은 직업(농사를 짓거나, 아이를 양육하고 집안일을 돌보거나)을 갖고 산다. 사람들은 한정된 수의 친구나 이웃과 어울리며 평생 같은 마을에서 산다. 종교와 신념도 모든 구성원이 함께 공유한다. 또 사회적 이동(다른 직업을 택하거나 부모가 정해주지 않은 다른 누군가와 결혼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사회에는 다원성이나 다양성도, 선택권도 없다. 이처럼 별다른 선택권이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개인이 ‘나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고뇌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내적 자아를 구성하는 모든 특성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반항하면서 다른 마을로 도망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그는 거기 가서도 역시 똑같이 제한된 사회적 공간에 갇혔을 것이다. 당시에는 개인의 외부에 존재하면서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사회’라는 개념이 없었고, 그 사회보다 내적 자아를 더 중시하는 관점도 당연히 없었다.
_3장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

19세기 초에 이르면 현대의 정체성 개념을 구성하는 요소들 대부분이 나타난 상태가 된다. 즉 내적 자아와 외적 자아의 구분, 기존 사회 제도보다 내적 자아를 높이 평가하는 것, 내적 자아의 존엄이 그것의 도덕적 자유에 달려 있다는 관점, 인간은 누구나 그런 도덕적 자유를 갖고 있다는 견해, 자유로운 내적 자아를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것이다. 헤겔은 현대 정치에 관한 근본적인 진실 한 가지를 지적했다. 바로 프랑스 혁명을 비롯한 여러 사건들에서 목격된 거대한 열정은 결국 기본적으로 인정을 둘러싼 투쟁이라는 사실이다. 내적 자아는 단순히 개인적 자기 성찰이라는 문제에만 머물지 않았다. 내적 자아의 자유가 권리와 법률로 구현돼야 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 200년 동안 전개된 민주주의의 급속한 발전을 추동한 힘은 자신의 정치적인 인격성을 인정받기를, 자신이 정치적 힘의 행사에 참여할 능력이 있는 도덕적 행위자임을 인정받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었다.
_4장 존엄성에서 민주주의로

확장된 의미의 개인 자율성에 따르는 문제는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가 사회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한다는 점이다. 만일 우리가 최소한의 공통된 문화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공동의 과업을 위해 협력할 수도 없고 합당하다고 여기는 제도의 형태도 개인마다 달라질 것이다. 상호간에 이해되는 의미를 가진 공통의 언어가 없다면 서로의 의사소통마저 불가능해질 것이다.
_6장 표현적 개인주의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즉 정치화된 이슬람교)는 같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할 수 있다. 둘 다 공적 인정을 원하는 숨겨진 또는 억눌린 집단 정체성의 표현물이다. 또한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 둘 다 비슷한 상황에서, 즉 경제 근대화와 급속한 사회 변화가 기존 공동체를 약화시키고 그 자리에 대안적 형태의 연대들로 이뤄진 혼란스러운 다원주의가 들어설 때 부흥한다.
_6장 표현적 개인주의

사상적 배경은 민족주의의 부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초지만, 한편으로 19세기 유럽에서는 민족주의의 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도 일어나고 있었다. 과거 중세 유럽에는 사회 계층에 따른 엄격한 신분 질서가 존재했다. 봉건 제도 하에서 사람들은 영주가 다스리는 수많은 장원에 종속되어 살았고 평생 자기가 태어난 마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근대 시장경제에서는 노동력과 자본,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이동이 필수적이다. 즉 그것들이 풍부한 곳으로부터 그것들을 이용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자유주의 사회가 강조한 보편적 인정은 부분적으로 자본주의 발전에 기여했는데, 그런 이념에서는 상업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사유재산 권리를 보호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주의가 경제 성장의 시녀가 된 것, 그리고 당대의 자유주의 사회의 두 대표 주자인 영국과 미국이 19세기와 20세기 초 산업화를 이끈 주축국가가 된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_7장 민족주의와 종교

게마인샤프트에서 게젤샤프트로의 이행이 낳는 심리적 혼란은, 다원주의적 현대 사회의 분열과 혼란이 존재하지 않았던 과거의 강력하고 끈끈한 공동체에 대한 강한 향수를 바탕으로 하는 민족주의 이념을 성장시키는 토대가 됐다. 1930년대에 히틀러가 독일의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하기 훨씬 전에, 독일의 지식인들은 게마인샤프트의 상실을 안타까워하고 세계시민주의적 자유 사회의 타락이라고 여기는 현상을 개탄하고 있었다.
_7장 민족주의와 종교

루아의 설명은 테러를 일삼는 이슬람 극단주의자 지하디스트들을 움직이는 동기가 종교적인 것이라기보다는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것임을 시사하며, 특정 개인들이 마주하는 심각한 정체성 문제를 일깨워준다. 유럽의 이민 2세대 무슬림들은 두 문화 사이에 끼여 있다. 하나는 그들이 싫어하는 부모 세대의 문화, 다른 하나는 그들을 완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제2의 조국의 문화다. 반면 급진 이슬람주의는 그들에게 공동체와 소속감, 존엄성을 제공한다. 루아는 자살 폭탄 테러범 같은 테러리스트가 되는 무슬림의 숫자가 세계적으로 10억이 넘는 무슬림 인구에 비교하면 극소수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빈곤에 시달리거나 단순히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분노를 느낀다고 해서 모든 이들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테러리스트 가운데는 안정된 중산층 출신도 많고 그동안 세계 정치에 별 관심 없이 살아온 이들도 많다. 젊은이들을 움직인 것은 이런 요인들이나 어떤 독실한 신앙심이 아니라 바로 분명한 정체성과 의미, 자부심에 대한 필요성이었다. 그들은 자신에게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내면의 자아가 있음을, 외부 세계에 억압받는 자아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_7장 민족주의와 종교

《역사의 종말》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신작

★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 〈타임스〉 선정 정치 분야 올해의 책
★ 빌 게이츠가 읽은 책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후보 선거 용지가 48.1cm에 이른다는 소식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35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낸 탓이다. 사실 숫자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든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졌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진짜 문제는 각각의 목소리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민주주의의 가치에 부합하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경고장이자 편지는 매우 시의적절한 때에 한국 사회에 도착했다. 저자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상반된 두 가지 디스토피아, 즉 과도한 중앙집권화와 분열로 동시에 향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쪽에서는 민족을 끊임없이 호명하고 자극하며 동시에 국민 통제를 강화하는 민족주의 포퓰리즘이 득세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특정 정체성에 대한 신념으로 뭉쳐 외부와 담을 쌓은 정체성 집단이 출현하면서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공통의 합의가 희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역사의 종말》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정치철학자인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인류의 진보가 쌓아올린 민주주의의 정신이 쇠퇴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방향을 모색한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다를 수 있을까.’ 후쿠야마가 찾고자 하는 답이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우리는 어떻게 서로의 존엄을 지키면서 동시에 다를 수 있을까’
인정에 대한 요구, 타자 혐오, 포퓰리즘 정치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세 가지 현상이 이 책의 중심 테마다. 인정에 대한 요구, 타자 혐오, 포퓰리즘 정치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현상들의 근원에는 현대 사회의 필연인 정체성의 혼란과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일련의 현상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대표되는 정체성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그렇기에 이 질문에 대한 질문이 필요하다. 왜 정체성의 불안과 혼란이 일어나는가, 그리고 이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현상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가.
멀지 않은 과거만 해도 사람들은 정당, 교회, 학교와 같은 거대 집단을 기반으로 강하게 통합되어 있었다. 개인에게 주어진 자유는 별로 없었지만, 적어도 소속감에 대한 불안과 정체성의 혼란을 느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세계화, 인터넷의 발달,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대규모 이주, 불평등의 심화, 소수자 운동, 인권 운동 등이 일어남으로써, 과거에 존재감을 지탱해주던 소속과 기존에 유지되던 삶의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된다. 이는 매일매일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는 자유가 생긴 것이기도 하지만,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것 또한 오롯이 자신의 책임이 되었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속감과 정체성의 안정을 제공해주던 단단한 토대가 사라진 것이다.
이렇듯 정체성의 안전지대가 사라진 이들은 더욱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줄 집단에 몰입하게 된다. 정체성의 강조와 재등장은 곧 정체성 결핍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상황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현상이 일어나는 배경이 된다. 소속감을 갖기 어렵고 인정의 결핍을 겪어온 이들이 민족·인종·성별·종교에 몰두하게 되며, 이는 자신이 속한 집단과는 다른 정체성을 가진 대상에 대한 혐오로 번지게 된다. 그리고 이처럼 개별 정체성을 기반으로 빗장을 걸어 잠그는 상황은 민족을 비롯해 특정 정체성을 기치로 내건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출연하기 좋은 토양이 되어준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백인 민족주의, ISIS 문제, 힌두 민족주의 등이 그 증거다.
여기까지만 보면, 백인·서구·남성으로 대표되는, 과거에 기득권을 누렸으나 지금은 그렇지 못한 집단을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저자는 그러한 시각과 거리를 둔다.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다원화된 사회에서 여러 목소리가 등장하는 것은 불공평과 부당함에 대한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반응이며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투운동은 성폭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이해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 법규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흑인인권운동은 소수 집단 시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강한 자각이 형성되는 데 기여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할 수 있다
세계적인 정치철학자의 절박한 목소리

그렇다면,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정체성에 대한 강조와 정체성 정치의 발흥을 그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이어서 민주주의의 가치, 즉 존엄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길은 무엇인가. 후쿠야마의 균형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는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없던 시기, 정체성 정치가 발흥하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한다. 다만 우려를 표하는 것이 있다면,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돼온 30년간의 추세를 반전시킬 방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대신하는 편리한 대용물”로 정체성과 정체성 정치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럴수록 그동안 외면받아온 집단은 관심에서 더욱 멀어지고 이들의 처지는 더욱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의 것이지만, 이와 같은 모순은 정치적 진영논리와 종교의 유무와 지역에 따라 균열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한국 사회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존엄에 대한 보편적 이해를 도모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끊임없는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정치학자의 경고를 못 들은 척 넘어갈 수 없는 이유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다음의 말로 책을 매듭짓는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다. 다양성이 증가하는 사회 현실을 고려하되, 그 다양성 속에서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약화시키기보다는 더욱 굳건하게 만들 비전을 제시하는 세상 말이다.
정체성은 포퓰리스트 민족주의 운동, 이슬람주의 과격 세력, 대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논쟁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많은 정치 현상의 기저에 깔린 공통 테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사회를 정체성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정체성이 고정된 것도, 꼭 출생과 동시에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체성은 분열로 가는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통합으로 향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결국에는 그것이 오늘날의 포퓰리스트 정치를 치료하는 해법일 것이다.”

북 트레일러

작가정보

저자 :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학교 프리먼 스포글리 국제학연구소Freeman Spogli Institute for International Studies의 선임연구원이며 같은 대학 민주주의·발전·법치주의 센터Center on Democracy, Development, and the Rule of Law의 책임자다.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관계대학원과 조지메이슨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에서 교수를 역임한 바 있으며, 랜드연구소 연구위원, 미 국무부 정책기획실 부국장을 지냈다.
주요 저서로 《역사의 종말The End of History and the Last Man》, 《정치 질서와 정치 쇠퇴Political Order and Political Decay》, 《정치 질서의 기원The Origins of Political Order》, 《트러스트Trust》, 《기로에 선 미국America at the Crossroads》 등이 있다.

역자 : 이수경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했으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인문교양, 경제경영, 심리학, 자기계발, 문학, 실용 등 다양한 분야의 영미권 책을 우리말로 옮겨왔다. 옮긴 책으로 《친밀한 타인들》, 《백악관 속기사는 핑크 슈즈를 신는다》, 《통치의 기술》, 《뒤통수의 심리학》, 《영국 양치기의 편지》, 《완벽에 대한 반론》, 《멀티플라이어》, 《소소한 즐거움》, 《마스터리의 법칙》, 《블루오션 전략 확장판》, 《앱 제너레이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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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
    존중받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정치학
    존엄에 대한 요구와 분노의 정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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