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시작하는 은퇴공부

일본의 어느 기관에서 60대 중반 여성에게 어떤 사람이 행복한가를 물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아무 일 없이 세월을 보낸 사람이었다. 반면, 새로운 행복을 찾아 누린 사람은 세 가지로 나타났다. 그중 하나가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다. 나머지 둘은 취미활동을 계속한 사람, 봉사활동에 참여한 사람이다. 은퇴한 뒤엔 시간도 많지 않은가. 아무 목적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소일하는 것보다는 독서를 통해 자기계발을 하고, 투자한 기업이 어떻게 커나가는지 관심을 갖는 것도 보람된 일이다. 이렇게 쌓인 금융지식으로 자녀에게 금융교육을 시킬 수 있다면, 그것은 덤이다. _38p

의사들은 50대에 몸을 잘 관리하면 노후에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은퇴 준비를 한다면서 보통은 재무설계에만 치중하는데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도 일종의 재테크다. 어느 기관의 조사를 보니, 사람들은 자신의 생명을 1년 연장할 수 있다면 3천만 원을 쓸 생각이 있다고 한다. 부자라면 그 액수가 더 커질지도 모른다. 젊었을 때는 돈을 버느라 무리해서 건강을 해치고 애써 모아놓은 돈을 당겨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되겠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일단 병에 걸리면 치료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관리에 유념해서 미리 병을 예방하도록 힘쓰자. 건강관리를 잘하는 것도 은퇴 준비의 하나다. _59p

은퇴자도 일하기를 원한다. 다만, 그들은 풀타임의 일보다는 자신의 시간도 즐기면서 일하고 싶어 한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높은 급여가 아니다. 그저 일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게 목적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고용을 늘리기 위해 시간제 근로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 제도가 은퇴 후에도 일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되리라 생각한다. 하루에 반나절만 일하고 반나절은 자신의 시간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_95p

인생 전반기가 가족 부양에 필요한 일을 해야만 했던 시기라면, 인생 2막은 그런 의무에서 벗어나 오로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시기다. 어떤 사람은 농업에 종사하다가 선교사로 변신했고, 또 어떤 사람은 건축가로 일하다가 작가로 변신했다. 인생학교 학생 중에는 영문학을 전공하고 외화번역 일을 하다가 화가로 변신한 사람도 있다. 반면 금융 일을 하다가 번역 작가로 변신한 사람도 있다. 어떤 일을 하느냐는 중요치 않다. 그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면 된다. 당신은 어떤 인생 2막을 꿈꾸는가?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당신을 응원할 것이다. _117~118p

악기 연주는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그러나 외국어 습득과 마찬가지로 악기 연주도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는 힘에 부쳐 포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시니어들에게 가급적 배우기 쉬운 악기를 선택하라고 권한다. 먼저 흥미를 느끼고 하모니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우쿨렐레, 아이리쉬 휘슬(아일랜드 전통악기), 하모니카 같은 악기는 가격도 저렴하고 배우기도 쉽다. 일단 이렇게 시작해서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때 어려운 악기를 선택해도 된다. _137p

은퇴를 앞두거나 이미 은퇴한 사람들은 블로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를,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올려 남과 공유하기를 권유한다. 먼저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한 나이가 들면 살면서 터득한 경험을 남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내 생각엔 블로그가 그 매체가 될 수 있다. _163p

우리 인생에는 중요한 두 날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신이 태어난 날, 또 하나는 자신이 왜 이 땅에 태어났는지 이유를 아는 날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두 번째 날의 의미는 깨닫지 못하고 운명한다. 직장생활을 하며 두 번째 날의 의미를 미리 생각해보는 것도 은퇴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_178p

은퇴 준비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것만 찾을 수 있다면 은퇴 준비의 반은 이룬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것을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해 자신의 욕망과 성공을 규정한다는 점이 문제다. _202~203p

사는 것도 어렵지만, 죽는 것도 사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주위에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하는 점을 꼽았다. 또한 고통이 적고, 투병 기간이 오래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가족과 함께 집에 있기를 희망했다. 종합하면, 호스피스 가료(加療)를 받으며 집에서 임종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가족의 편의에 의해 임종과 장례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 가는 길만은 망자의 뜻에 따라 임종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