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섹스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섹스 이야기
어젯밤 남편과 섹스를 했는데 외음부가 부은 것 같다면, 애인과 섹스를 할 때마다 피가 난다면, 새로 사귄 애인과 섹스를 시작한 후부터 질 주위가 가렵다면… 몸에 이런 불편함이 생겼을 때 여성이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상당수의 여성이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자연치유가 되기를 바라며 살아가지만, 결국 가장 신뢰하고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산부인과 병원이다. 이 책의 저자 이금정은 산부인과 의사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질병 자체를 검진하고 처방하는 것에 집중했지만, 증상의 원인에 대해 문진하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상상 외로 많은 여성들이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성생활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질 입구에 만성 염증이 생긴 여성은 무턱대고 삽입하는 남편과의 섹스에 질려 이젠 섹스도 남편도 싫고 두렵다고 했고, 손가락보다 얇은 질경을 질에 넣는 것조차 아파한 여성은 유년 시절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폐경 이후 질 건조증이 생겨 관계가 더 힘들어진 여성은 그것도 모르고 남편이 페니스에 보형물을 넣고 왔다며 진저리를 쳤고, 질 분비물이 많아져 엄마와 찾아온 딸은 성병에 걸린 상태였다. 잠자리의 불편함을 털어놓다가 급기야 눈물까지 보이는 수많은 여성을 접하며 저자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했고 섹스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저자가 갖고 있는 인체에 대한 의학적 지식과 다양한 책과 관련 논문을 통해 얻은 인류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정보들, 생생한 임상 경험과 상담 사례를 녹여 집필한 성생활 백서다.

섹스도 제대로 배워야 한다
저자는 젓가락질도 배워서 하면서 섹스는 왜 제대로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느냐고 묻는다. 섹스가 처음부터 힘들고 재미없었다는 사람은 스키를 배우지 않고 산 정상에서 스키를 탄 사람과 같다는 것이다. 섹스가 재미없고 마지못해 하니 몸도 불편하고 남편과의 관계도 힘들다며 눈물짓는 여성들 중 상당수가 ‘그냥 이대로 살아야 할 것 같다’고 한다. 그냥 이대로 살기로 한다면 계속 힘들게 살거나 중요한 즐거움을 모르고 사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까지는 그렇게 살았으니 이제부터는 다르게 살아보자고 권유한다. 발기부전이나 조루증을 겪고 있는 남성은 이제 남자로서의 삶이 끝난 것처럼 낙담하거나 배우자와 터놓고 대화하지 않은 채 비뇨기과를 찾는다. 남녀 모두 왜 자신을 위해, 또 배우자를 위해 섹스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가? 아프거나 힘들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 파트너를 정말로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 내 몸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알려고 하지 않는가?

이제 거꾸로 하자
책 제목인 ‘거꾸로 섹스’는 지금까지 해온 섹스 방식이 재미가 없다면 이제 거꾸로 접근함으로써 재미를 찾자는 의미다. 우리가 주로 하는 섹스 방식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이유와 목적이 있다. 인간만큼 성기가 큰 동물도 없고, 발정기 없이 늘 섹스를 할 수 있는 동물도 없으며, 인간만큼 오래 피스톤 운동을 하는 동물도 없다. 선사시대에 맹수의 공격에 노출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인류가 피스톤 운동을 오래 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은 한 가지 체위만 고수하고 어떤 사람은 체위에 계속 변화를 주면서 현란한 섹스를 하려고 할까? 왜 그는 내가 피곤할 때만 섹스를 원하는 걸까? 왜 내 아내만 목석같이 구는 걸까?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고, 어쩔 수 없다고 포기했던 일도 되돌아볼 수 있다.
지금 섹스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테크닉을 연마하는 것보다 섹스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더 절실하다. 이 책을 읽고 섹스에 대한 생각에 변화가 생긴다면 섹스 방식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다. 그동안의 섹스가 남성 위주였다면 이제부터는 여성 위주의 섹스를 하면 된다. 그동안 밤에만 섹스를 했다면 푹 자고 아침에 섹스를 하면 되고, 질 삽입 섹스만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손과 입을 아낌없이 사용하면 된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시선이 바뀌고 방식이 바뀌면 만족스럽지 않았던 섹스는 과거로 보내고 지금부터는 서로가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본능을 이해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을 설명하고 있다. 남녀의 몸에 대한 해부학적 지식과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핵심 정보, 여성이 보편적으로 원하는 섹스 전개 방식, 피스톤 운동의 허와 실, 각 체위의 핵심 팁, 남녀의 오르가슴 불균형 극복 방법, 섹스 통증 개선 방법, 올바른 피임법과 성병 예방법을 섹션별로 정리했다. 또한 수술을 하면 정말 섹스가 더 좋아지는지, 얼굴이 예쁘면 그곳도 예쁜지, 왜 남자만 복상사를 하는지 등 섹스를 둘러싼 깨알같이 궁금한 이야기들도 함께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