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신호등

"이봐요. 아래 거기요."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을 때, 그는 철도 초소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짧은 깃대 위로 펄럭이는 깃발이 들려 있었다. 이 세계의 자연적인 속성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그 목소리가 어느 쪽에서 들려왔는지 의심한다는 것은 불합리했다. 그런데 그는, 머리를 들어서 내가 서 있는 가파른 꼭대기 쪽으로 바라보는 대신, 몸을 돌려서 철로 아래를 굽어보았다. 그의 행동에는 정말 특별한 점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어떤 점인지 절대로 알 수는 없었다. 아주 작아 보이는 그의 형체는 그림자 속에 싸여 있었고, 깊게 갈라진 틈 속에 있었다. 나는 그보다 훨씬 위쪽에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석양의 강한 햇빛이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손으로 눈 주위를 감싸야만 했다.
"이봐요. 아래요. 아래."
그가 철로를 내려다보던 시선을 옮겨서 몸을 돌리면서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시선을 올려서 자신의 위에 있는 내 손이 흔들리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그쪽 아래로 내려갈 방법이 없나요? 당신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그는 아무 대답도 없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 역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힘없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서 그를 압박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바로 그때 공기와 땅에서 희미한 떨림이 전해지더니, 바로 격렬한 진동으로 변했다. 내 쪽을 향해서 질주하는 것이 보였고, 나는 재빨리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그것은 나는 아래로 끌어내리려는 것 같았다. 빠르게 질주하는 기차로부터 나온 증기가 내가 있는 곳까지 솟아오르는 사이, 기차는 광활한 풍경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내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그가 기차가 지나가는 사이 펼쳤던 깃발을 다시 접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질문을 다시 반복했다. 그가 나를 잠시 응시하더니, 그가 접힌 깃발을 들어서, 내가 서 있는 높이에서 200에서 300미터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나는 그를 향해서 아래로 소리쳤다.
"좋아요." 그리고 그쪽으로 움직였다.
그쪽으로 가자 발 아래 쪽으로 얕게 패인 곳이 보였고, 지그재그 모양을 가진 작은 길이 아래로 뚫려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 길을 따라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 틈새는 극단적으로 깊었고, 유별나게 가팔랐다. 길은, 습한 돌덩이 사이에 구불구불 이어져 있었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습기와 물기로 미끌거렸다. 아주 길고 미끄러운 길을 따라가는 사이, 그가 이 길을 알려주기 전에 보였던 망설임과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분위기가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랐다.
지그재그 모양의 길을 따라서 내려가다가 그의 모습이 보일 정도가 되자, 그가 철로 사이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기차가 지나간 철로 사이에서 그는 내 모습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왼손으로 뺨을 받치고, 왼팔의 팔꿈치를 오른손으로 받치고 있었다. 그의 태도가 너무나도 기대에 차 있고,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잠시 멈춰서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가 나는 다시 길을 재촉해서, 철로가 깔려 있는 바닥에 닿았다. 그 남자 쪽으로 다가가면서, 그의 얼굴빛이 검고 혈색이 좋지 않다는 것과, 그 아래 검은 수염, 짙은 눈썹이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가 근무하는 초소는 내가 아는 것 중에서 가장 쓸쓸하고 음침한 장소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