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_시학이론총서_18]_시적 치유의 시학 담론

물질과 기술과 권력만 있으면 만사가 형통하리라는 환상 때문에 모두가 충혈 된 세상인데 문학이 무엇이며 문학을 해서 무엇 할 것인가 더구나 시를 쓴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어리석은 짓이 아닌가. 그런데도 태초부터 문학은 있었고 현재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니 도대체 문학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문학에 대한 몰이해는 문사철(文史哲)의 인문학에서도 있었다. 플라톤 이래 많은 사람들이 문학이나 시의 핵심 요소인 감정이니 정서니 하는 세계를 아름답고 유용한 것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오해하였다. 칸트에 이르러 이성과 감성을 구분하여 감성의 위치를 복원시켰지만 완전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감성이나 정서는 신체적 감각으로 나타나는 반응이며 욕망이기 때문에 항상 이성의 하위에 두었고, 인간의 이성이 신적인 것이라면 감성은 동물적인 것이기 때문에 감성을 억제하고 극복하는 것이 도덕적이고 철학적이고 이상적이라는 플라톤적 사고를 청산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인간이 꿈꾸는 낙원이란 사실 이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감성에 있고, 만족감에 있고, 행복감에 있다. 이는 전적으로 충일감, 욕망의 충족에 있음을 뜻한다. 따라서 행복한 파랑새의 나라를 소망하는 사람은 마땅히 감정의 아름다운 꽃밭을 거닐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세상 사람들은 가치를 논할 때 도덕적이고 실용적인 것인가 아닌가에 따라 구분한다. 실제 생활에 유용하면 가치 있는 것으로 그렇지 않으면 무가치한 것이라고 규정한다. 여기서 예술이나 문학이나 시의 경우는 당연히 비실용적인 것이며, 그러기에 실용적인 것에만 목숨을 거는 물신주의나 기술주의 사회에서 시가 대접받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시는 언제나 개미가 아니라 베짱이가 되어 낙엽 지는 가을이면 초라해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의 의학과 과학은 오히려 베짱이도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가치를 지닌 영역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어떠한 자극을 받는가에 따라 신체의 각 기관이 다양하게 반응하고 이에 따라 슬픔, 기쁨, 웃음, 노여움, 두려움, 놀라움, 그리움, 사랑스러움 등의 정서적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이 바로 신체기관의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시끄러운 소리는 불쾌감을 줄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는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짜증스런 기분을 유발하게 된다. 그러나 경쾌한 리듬은 소화기능을 돕고, 즐겁고 유쾌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비극시의 기능은 연민과 공포를 통하여 카타르시스(catharsis)를 행하는데 있다고 하였는데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모든 심리적 번민과 갈등의 상태, 즉 스트레스 상태가 시라는 독특한 심리적 자극의 형식을 통하여 해소된다는 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