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의 귀는 길다

로슈어 함장이 항법사에게 지시해서 우주선을 목표 행성의 위성 근처로 이동시켰다. 저렇게 매력적인 푸른 행성이라면 당연히 존재하는, 호시탐탐 먹잇감을 참고 있을 원격 탐지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그는 조심스러운 사람이었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제는 더이상 승무원 하나라도 잃고 싶지 않았다. 지난번 행성에 너무 직접적으로 접근한 덕분에 고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민달팽이들의 습격을 받았던 사건이 승무원들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는 것은 지금도 제대로 조종되지 못하는 우주선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 전투에서 그들은 3명을 잃었고, 그들 중 하나는 매우 소중한 인류학자였다. 이제 냉동 보관함에는 그런 학자들이 2명 밖에 남지 않았다. 전사자가 무선 기술병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매우 불운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굉장히 많은 기술병들이 꽝꽝 얼려진 채 대기 중이었으니까.
함장의 생각이 이등 항해사에 의해서 깨졌다. 그는 통상적인 트림 소리도 내지 않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용서해 주겠어, 몬트레식." 함장이 말했다.
"하지만 규정을 완화할 수는 없어. 특히나 요즘 같은 시기에는 말야. 이 행성에 대해서 새로 보고할 것이 있나?"
"아닙니다, 장교님." 몬트레식이 뒤늦게 트림을 한 후 말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에 더할 정보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행성의 위성의 딱딱한 바닥에 안착했다는 것을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아주 오래전에 실종된 우리 조상들 또는 신화 속의 고향 행성을 찾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은하계에는 두 다리로 서서 걷고, 두 팔과 두 눈, 하나의 코와 입을 포함한 표준 신체 구조를 가진 종족은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찾을 수도 있어." 함장이 말했다.
"이 행성에는 산소가 풍부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그리고 여기저기 건설된 도시와 무선 전파량이 많다는 것을 보면, 지적 생명체가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지."
"어쩌면 그렇겠죠." 몬트레식이 투덜거렸다.
"하지만 사람은 아닐 겁니다. 그들이 민달팽이가 아니라면, 말하는 물고기나 지능을 가진 거미, 아니면 뭔가 이상한 생명체들일 겁니다.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죠. 우리가 무엇을 찾게 되든, 그 생명체가 두뇌를 가지고 있다면 그것은 싸움을 원한다는 것을요."
"이봐, 몬트레식. 그런 식으로 냉소적으로 굴지 마. 우리는 이제 겨우 몇백 개 정도의 행성들을 조사했어. 행성은 훨씬 더 많고, 가능한 한 많은 행성을 조사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지않나?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해두지. 이제는 더이상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겠어. 그 생명체들이 우리와 비슷하다는 것을 확신하지 못하는 한, 빌어먹을 행성에 접근하지 않을 거야."
"그렇다면 어떻게 그 사실을 확인할 생각인가요, 장교님? 아주 작은 물체들은 현재의 원격 관측기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리고 뭔가 소리로 판별할 방법도 없고요. 그리고 포획기를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작업인데....."
"아, 몬트레식, 기본적으로는 우리는 그들의 소리를 듣고서 판단할 수 있을 거야. 통신 사령부에서 전달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 행성은 은하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행성이야. 그들은 우리가 아는 모든 통신 주파수를 사용하고, 아마도 우리가 모르는 주파수 대역까지 사용하고 있어. 그들은 항상 이야기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