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미사

이 이야기는 노이빌 도몽에 있는 성 율리아 성당의 교회지기가 내게 말해준 것이다. 그때 우리는 화이트호스 지역의 수목림 아래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오래된 포도주를 한잔 마시고 있었다. 화창한 여름의 저녁이었고, 그날 아침 고인은 모든 명예를 갖춘 채 반짝이는 은색 눈물들이 뒤덮인 관 덮개 아래 묻혔었다.
"오늘 묻히신 저희 아버지는 평생 동안 무덤 파는 일을 했죠." 교회지기가 말했다.
"아버지는 아주 호감 가는 성격을 가졌어요. 그 분야의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렇듯이요. 사람들 말로는 무덤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유쾌한 기질을 가졌다고 하죠. 그 직업의 사람들에게 죽음은 공포스러운 사건이 아니에요. 죽음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지도 않고요. 예를 들어서요, 선생님, 나는 한밤중에 공동묘지에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갈 수 있어요. 마치 여기 화이트호스 숲 속에 들어가는 것처럼요. 그리고 우연히 유령을 만나게 된다고 해도, 나는 전혀 신경쓰지 않아요. 그저 그 유령도 나처럼 뭔가 할 일이 있어서 공동묘지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죽은 사람들의 버릇이 어떤지 잘 알고, 또 어떤 특징을 가지는지도 잘 알아요. 사실 그 문제에 있어서 신부님들이 무지한 것들에 대해서 나는 잘 안다고 생각해요. 만약에 내가 봐온 것들을 모두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선생님은 충격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똑똑한 사람들이 늘 그렇듯 우리 아버지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기는 했죠. 그래도 본인이 아시는 것의 20분의 1도 다 말하지 못 하고 돌아가신 거죠. 그런 점을 보충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같은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셨어요. 그리고 내가 아는 한, 캐서린 퐁텐의 이야기는 수백 번도 더 반복하셨어요."
"캐서린 퐁텐은 그 마을에 사는 늙은 부인이었는데, 아버지는 아주 어린 시절 잠깐 본 기억 밖에는 없다고 했어요. 하지만 이 지역 늙은 사람들을 3명만 모아놓고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1명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어요. 왜냐하면 그녀는 매우 유명했고, 아주 좋은 평판을 가진 여자였거든요. 가난하기는 했지만요. 그녀는 루옥스 농느의 모퉁이에서 살고 있었는데, 아직도 여기에서 볼 수 있는 종탑 아래쪽이죠. 우르술라 수녀원의 정원을 굽어보고 있는 저택이 있었는데, 그 저택은 지금은 폐허가 되었고, 그녀는 그 저택 근처에서 살았어요. 그 종탑 위에는 아직도 반쯤은 지워진 문양과 조각, 형상들의 흔적이 남아 있어요. 지금은 돌아가신 율리아 성당의 주임 신부님이셨던 라바세 신부님 이야기에 따르면 그 문양 중 하나는 '사랑은 죽음보다 강하다' 라는 글귀가 라틴어로 새겨진 것이라고 하더군요. 물론 신부님은 그 '사랑'이 '주님의 사랑'을 의미하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셨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