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맘 다이어리

내 속으로 낳은 아이라도 도저히 그 속을 모를 때가 있다. 함께 살지만 알다가도 모르는 게 바로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아이다. 연지는 무척 똑똑한 아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을 창의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 연지 엄마도 그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연지가 자신의 미술적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끔 미술도구도 사주고 격려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 아이가 엄마 마음대로 되는 존재인가? 아이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아이가 생각하는 범주,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는 엄마가 그어놓은 선 저 너머까지 뻗어있다. 그러니 색연필 물감만으로는 성이 안찰 수 밖에. 색다른 재료로 그림을 그려보고 싶고, 자신에게는 없는 엄마의 세련된 옷으로 멋을 내보고도 싶은 것이다. 그 정도가 심해 엄마 눈에는 천방지축 말썽꾸러기로 비칠 뿐이지만.


“아무래도 안 되겠다. 너 요즘 사춘기라고 오냐, 오냐 해줬더니 엄마 말도 안 듣고 아주 엉망이야. 다른 건 다 좋지만 이렇게 예의 없이 구는 건 절대 두고 볼 수가 없다. 자, 엉덩이 대!”
늘 친절하고 자상한 줄만 알았던 아빠가 돌변하자 인영이는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눈치였다. 곧 인영이는 울고불고, 어린 인수도 따라 울고 난리가 났지만 남편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인영이는 꽤 아프게 세 대를 맞고 제 방에 틀어박혔고, 그 후로 시간이 이렇게 흐른 것이다. 15년 동안 자식을 키우면서 단 한 번도 매를 들어본 적 없었던 남편도 이번 일로 심경이 복잡한 듯했다. 과연 매를 든 게 잘한 일이었을까. 계속 비뚤어져 가는 아이를 두고만 볼 것인가.



“아무래도 우리 명석이가 현지를 좋아하는 모양이에요. 호호. 다 좋은데, 명석이 수학경시대회 준비 때문에 걱정이 돼서 말이죠. 현지한테 뜀틀 연습 열심히 해서 얼른 통과 좀 해달라고 말 좀 해주세요. 그래야 우리 명석이도 통과할 것 같아서요. 호호.”
말은 그렇게 해도 명석엄마는 뭔가 기분이 좋은 눈치였다. 현지 엄마의 기분도 다르지 않았다. 우리 애가 벌써 그렇게 커서 남자애의 관심을 받을 때가 됐나. 그건 그렇고, 명석이란 아이도 참 기사도 정신이 있는 아이네. 신기하고 기특했다. 한편으론 그런 시시콜콜한 일상사에 대해 엄마한테 말도 안 해준 딸이 갑자기 멀어진 기분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