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10인의 고백

1901년 조선 왕조는 독일인 지휘자 겸 작곡가 에케르트(Franz Eckert)를 군악대장으로 초빙하였습니다. 이 에케르트의 초빙은 민영환의 주청으로 1900년 서양식 군악대를 창설하고 군악대 지도를 맡기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에케르트는 19이년 2월 19일 서울에 도착하여 이후 1915년 12월 12일 군악대가 해산될 때까지 15년 동안 군악대를 지도하였습니다. 에케르트는 재임 중 대한제국 애국가를 작곡한 바 있습니다. 에케르트 상륙 이후 우리 나라 작곡 계는 엄청난 양적인 발전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양적인 팽창과 함께 한국작품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쌓여있는 것도 또한 사실입니다. 음악 문화는 작품이라는 열매로 후세에 남습니다. 20세기의 작곡가들은 후세의 한국 음악계에 작품을 남겨 주어야 할 막중한 임무가 있습니다.
오늘 우리 아시아음악학회가 <작곡가 10인의 고백>이라는 책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바로 오늘의 한국음악계가 후손들에게 어떤 음악 문화를 유산으로 남길 것인가를 고민하고자 하기 위한 것입니다.

상품 수출에서 우리 나라의 고유 상표가 없어서는 수출 전쟁에서 이길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음악문화에서 고유 상표가 없다면 이 또한 허전한 일입니다. 오늘날 수도권에서 매일 밤 적어도 20곳 이상의 연주장에서 음악회가 열립니다. 이 수많은 연주장에서 한국 작곡가의 작품은 그야말로 '가뭄에 콩나듯’ 연주합니다. 한국에서 조차 한국 작곡가는 푸대접을 받고 있으니 하물며 세계 시장에서는 어떠하겠습니까? 이런 형편을 미루어 보건데 '한국음악계에서 고유 상표가 없다는 것’은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이 책은 한국의 대표적인 작곡가 10인의 소중한 삶과 음악적 체험 , 그들의 고뇌와 작품 세계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의 21세기 작곡가들은 왜, 어떻게 작품을 만드는가 하는 이들의 진솔한 고백은 한국음악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