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추천 검색어

실시간 인기 검색어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
엄기호 지음
나무연필

2018년 12월 26일 출간

종이책 : 2018년 12월 07일 출간

(개의 리뷰)
( 0% 의 구매자)
eBook 상품 정보
파일 정보 epub (24.88MB)
ISBN 9791187890133
듣기(TTS) 가능
TTS 란?
텍스트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술입니다.
  • 전자책의 편집 상태에 따라 본문의 흐름과 다르게 텍스트를​ 읽을 수 있습니다.
  • 전자책 화면에 표기된 주석 등을 모두 읽어 줍니다.
  • 이미지 형태로 제작된 전자책 (예 : ZIP 파일)은 TTS 기능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 '교보 ebook' 앱을 최신 버전으로 설치해야 이용 가능합니다. (Android v3.0.26, iOS v3.0.09,PC v1.2 버전 이상)
  • sam 무제한 이용불가
  • sam 프리미엄 이용가능

이 상품은 배송되지 않는 디지털 상품이며,
교보eBook앱이나 웹뷰어에서 바로 이용가능합니다.

작품소개

이 상품이 속한 분야

지극히 개인적일 수도 있는 고통의 문제가 사회 속에서 고민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 내부의 깊은 속살을 드러내왔던 사회학자 엄기호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고통의 지층을 한 겹씩 들여다보면서 발견하고 성찰해나간 우리 시대 고통의 지질학을 보여주는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을 억눌러왔다. 고통은 부끄러운 것이고 고통을 말하는 것은 나약한 짓이라고 비난했기에 고통을 겪는 이들은 그것을 감추려고 했지 고통을 드러내며 이에 대한 언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고통을 겪는 이들이 고통이 없는 것은 ‘정상 상태’가 아니라고, 고통은 늘 상존하는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책의 1부에는 고통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자극적이랄 것 없는 모습들이다. 저자가 묘사하고 드러내는 이 고통의 풍경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언어가 어떻게 응답을 기대하지 않고 응답을 할 수 없는지, 그리하여 곁을 파국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여준다. 2부에서 살펴보는 지점은 고통의 사회학적 측면이다. 마지막 3부에서 짚어보는 지점은 이러한 사회에서 고통을 어떻게 다뤄내야 할지의 윤리적 문제다.
책머리에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1부 고통의 지층들
고통의 곁, 그 황량한 풍경에 대하여

1 아파보니 알겠더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 고통은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
2 당신들은 모른다, 내 억울함과 외로움을: 극심한 고통은 개인의 내면과 세계를 파괴한다
3 주님은 제 말이 무슨 뜻인지 다 아시죠: 실존의 위기를 신이나 동식물에 기대는 경우
4 그건 됐고요, 그래서 어떻게 된 겁니까: 사회적 해결을 모색하며 제도의 언어에 기대는 경우
5 다 필요 없어요, 하지만 뭐든 붙잡고 싶어요: 고통을 말끔하게 설명할 수 있는 마법의 언어는 없다
6 아무리 말해도 말할 수 없는 게 있어요: 말할 수 없는 그 불가능에 맞서야 한다
7 나만 외로운 줄 알았는데 아픈 사람은 다 외롭더라: 고통이 가져온 외로움, 그 외로움이 통한다

2부 고통의 사회학
고통을 전시하고 소비하는 메커니즘에 대하여

1 더 ‘쎄게’ 말해야 눈길을 끈다: 존재감을 위기에 빠뜨린 성과 사회의 풍경
2 도대체 뭘 어떻게 믿고 사랑을 하나: 존중을 모르는 사랑, 친밀성의 세계를 무너뜨리다
3 애걔, 넌 고작 그거밖에 못하냐: 내가 타인으로 대체될지 모른다는 불안에 대하여
4 저 자식, 그래도 재미는 있대: 타인의 고통을 재미 삼고 그것을 전시하는 이들
5 아무리 친해도 신상이 알려지는 건 끔찍해요: 관종, ‘정의’의 이름으로 신상털이 카니발을 벌이다
6 억울한 내 사연에 ‘좋아요’는 몇 개나 달렸나요: 피해자를 관종으로 만드는 플랫폼의 시대
7 결국 자기를 빼곤 누구든 혐오한다: 고통을 대결하는 콜로세움이 되어버린 공론장의 모습

3부 고통의 윤리학
고통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곁에 대하여

1 고통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자리는 어디인가: 고통의 곁에 선다는 것에 대하여
2 고통의 곁에도 곁이 필요하다: 고통의 곁에 선 사람을 지키는 법
3 ‘지금 당장’에서 ‘지금 여기’로 나아가기: 고통을 매개하는 간극과 시야가 필요하다
4 세계를 보좌하는 글쓰기는 가능할 것인가: 동원의 언어를 넘어, 동행의 언어를 찾아서

참고 문헌을 대신해서
신중한 읽기와 쓰기를 위하여
책 말미에
고통과 연대하는 우회로를 찾아서

한 번의 고통으로 자기에 대한 앎에 이르고 그 앎이 가져다주는 기쁨을 누린다면, 고통은 견딜 만한 것이고 겪어볼 만한 것이 된다. 그러나 고통에 대한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통은 이제 겨우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다시 반복된다. 감당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더 감당할 수 없는 것으로 찾아온다. 그렇게 고통을 통해 도달한 기쁨은 흔적도 없이 무너지며 내가 도달한 앎이 앎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
자기에 대한 앎이란 문제를 그런 방식으로 겪는 자기를 알고 자기를 다루는 과정이지 고통의 원인을 알고 제거해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에 대한 앎은 고통의 이유를 원인으로 착각하여 마치 자기를 통제하는 것을 통해 고통의 원인을 없앨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런 상태에서 고통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만 채근하며 원인을 더 키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제거되지 않은 원인은 대개의 경우 더 악화되고 더 감당할 수 없는 형태로 닥쳐온다. 그럴 때 자기에 대한 앎은 무력하게 무너진다. (39~40쪽)

고통은 절대적이기에 소통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절대성은 보편적이다. 그렇기에 고통은 사람을 나‘만’의 세계로 밀어 넣는다. 그러나 그 절대성이 바로 나‘만’을 나‘만’에게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너‘도’ 그렇다는 것을 알게 한다. 내가 외로운 만큼 너도 외롭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사람은 서로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다. 고통 자체는 절대적이라서 교감하고 소통할 수 없지만, 바로 그 교감하고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의 것’임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고통의 절대성 자체가 ‘공통의 것’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고통에 관해 말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고통의 절대성이 만드는 외로움에 대해, 그 외로움을 마주 대하고 넘어서려고 했던 자신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외로움이 세계를 파괴하고 사람을 고립시켰지만, 바로 그 외로움이 보편적이라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외로움은 통하게 된다. 지금 몸부림치는 다른 이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자기의 몸부림에 대해서 말이다. 고통(苦痛)이 고통(孤通)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고통이 외롭다(孤)는 것을 아는 사람만이 서로 교감하고 소통(通)하게 된다. (125~126쪽)

고통에 대한 언어는 고통을 말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처절한 자각으로부터 나온다. 말할 수 없기에 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고 분할하게 된다. 말할 수 있는 것을 말함으로써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도 말할 수 있게 된다. 언어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어서,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표기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이 그 앞에서 침묵하게 하고 그가 당한 고통의 절대성에 예의를 갖추고 존중하게 한다. (209쪽)

고통의 당사자가 자신에 대해 가장 잘 알고 말할 수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이야기를 이야기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당사자의 말에는 빠져 있다. 이야기는 듣는 이가 나누고 보탬으로써 이야기로 이어지고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지속된다. 그런데 고통의 당사자는 자기의 경험을 누군가에게 보태고 나눌 수 없다. 응답이 가능하지 않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당사자의 말은 모든 보태고 나누는 행위를 거부·파괴하고 그 자리에 절대적으로 자기의 호소, 즉 소리만을 위치시킨다.
오해가 없어야 한다. 고통의 당사자는 절대 고통을 말할 수 없는가? 반드시 남을 필요로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 말은 당사자의 ‘위치’에서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지, 당사자가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다. 당사자가 자신의 고통에 관해 말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위치에서 나와야 한다. 고통이 아니라 이 말을 하는 자리다. 따라서 고통의 당사자가 자신의 곁에 서는 것, 그것이 당사자가 자신의 고통에 관해 말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말은 곁의 자리에서 만들어진다. (233~234쪽)

고통은 동행을 모른다. 동행은 그 곁을 지키는 이의 곁에서 이뤄

“이 고통이 진짜 끝나긴 할까요?”
몸이 아픈, 마음이 힘든, 헤어짐이 슬픈,
이 따위 세상에서 도무지 못 살겠는 사람들…
안간힘을 쓰며 버티고 있는 이들과 그 곁을 들여다보는
신중하면서도 사려 깊은 이야기의 세계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고통을 이야기하는 것을 억눌러왔다. 고통은 부끄러운 것이고 고통을 말하는 것은 나약한 짓이라고 비난했다. 이 때문에 고통을 겪는 이들은 그것을 감추려고 했지 고통을 드러내며 이에 대한 언어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고통을 겪는 이들은 ‘언어 없음’의 상황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그러나 이제 고통을 겪는 이들이 고통이 없는 것은 ‘정상 상태’가 아니라고, 고통은 늘 상존하는 것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기초 값이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전환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고통을 외면하고 고통을 겪는 이를 억압하거나 사회적 공간에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는 고통에 대해 듣고 응답할 준비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잘 다뤄내고 있는 것일까.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사회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자신의 고통을 전시하면서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통을 겪는 이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그들의 곁을 지키는 이들조차 함께 무너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은 한국 사회 내부의 깊은 속살을 드러내왔던 사회학자 엄기호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고통의 지층을 한 겹씩 들여다보면서 발견하고 성찰해나간 우리 시대 고통의 지질학을 보여주는 저서다.

고통의 지질학 _고통을 겪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곁의 풍경에 대하여
남편과의 관계가 어그러진 선아는 집단 상담을 받으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하지만 남편의 사업이 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잡았던 그의 마음은 무너져버린다. 친정 부모에게조차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그는 혼자 끙끙 앓으면서 아이들을 건사하고 일을 하며 일상을 버텨내고 있다.
젊은 나이에 갑작스레 백혈병 진단을 받은 승우는 사람들이 자신을 문병하러 찾아오는 것이 귀찮으면서도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으면 외롭고 원망스러운 양가감정을 품고 있다. 그리스도교 신앙이 돈독한 이였지만, 그럼에도 하필이면 왜 자기에게 이런 시련이 닥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절망하고 있다.
젊은 시절 집안을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자식들을 잘 키워냈고 사회 활동도 왕성하게 했던 재희 어머니에게는 일흔을 넘기면서 온갖 노인성 질환이 찾아들었다. 육체적 고통으로 인해 그는 가족에게 하소연과 비난을 반복하고 있다. “너넨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소리를 입에 달고 살면서 병원을 전전한다.
대학 교수이자 독실한 불교 신자였던 덕룡 아버지는 노년에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별을 겪은 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그들과 이야기 나누는 게 자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덕룡 아버지는 동생을 통해 접하게 된 신흥종교에 기대 주문을 외우며 자신의 고립감을 떨쳐내고 있다.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준석은 실연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말에서도 상처받았다. 자신을 위로하면서도 문제의 원인이 ‘순진한’ 그에게 있다고 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손대기 시작한 것은 식물이었다. 그에게는 말 못하는 식물이 오히려 사람보다 정직하게 느껴졌다.
영화 <공동정범>에 등장하는 이충연의 경우, 자신의 실존적 고통을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는다. 그는 고통의 실존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을 나눈 뒤, 후자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명망가들과 이야기하며 자신이 겪은 참사를 세상에 이야기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그를 차갑게 바라보기도 한다.
대안 학교 교사인 태석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자신의 천직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학생들의 질긴 무기력을 깨트릴 수 없었고 자신의 좌절감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이것이 결국 ‘신자유주의’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만, 사람들은 ‘신자유주의 전도사’가 된 태석과 점점 거리를 둔다.

고통의 언어학 _고통과 대면하고 그것을 말하는 언어에 대하여
이 책의 1부에는 고통을 겪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찌 보면 우리의 일상에서 종종 접하게 되는, 자극적이랄 것 없는 모습들이다. 엄기호가 묘사하고 드러내는 이 고통의 풍경은 고통을 겪는 이들의 언어가 어떻게 응답을 기대하지 않고 응답을 할 수 없는지, 그리하여 곁을 파국으로 몰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고통에 갇힌 이들은 타인이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을 외운다. 물론 고통을 겪는 이에게는 주문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종교에 ‘주문’이 있는 이유는, 그것이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을 견디게 하는 ‘방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주문이 방편을 넘어서서 실체가 되면 ‘곁’은 걷잡을 수 없이 파괴된다. 잠시의 고통을 잊게 해줄지 모르지만 결국 정신을 차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문의 노예가 되게 한다. 고통에 말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을 방해한다.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이들의 곁을 지키는 이들에게 감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주문을 함께하지 않는다고 비난하게 만든다.
내면적 언어나 사회적 언어에 기대더라도 고통의 모든 것을 명료하게 말할 순 없다. 고통은 그렇게 하나의 언어로 ‘봉합’되지 않는다. 고통을 겪는 이에게 이는 절망이다. 어떻게 말하더라도 온전히 그것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타인을 이해시킬 수 없다는 사실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통은 말할 수 없는 것일까. 고통에 찬 사람들은 그 무의미함으로 인해 울부짖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언어의 가능성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모든 언어가 결국 허무하기에 시도조차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고통을 통해서는 세계의 파국만이 있고 새로운 구축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아니다. 이런 언어의 가능성에 대한 파국적 결론은 ‘주문’의 기만과 짝패를 이룰 뿐이다. 엄기호는 당사자가 고통을 명료하게 말할 수 있다고 하는 기만을 경계하되 고통을 말할 필요가 없고 말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장벽과도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불가능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불가능과 대면하고 싸움으로써 이를 기록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고통의 사회학 _고통을 소비하고 전시하는 메커니즘에 대하여
이 책의 2부에서 살펴보는 지점은 고통의 사회학적 측면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오로지 고통의 비참함에만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비참의 전시를 통해서만 사회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잊힌 존재가 되어버린다. 고통을 겪으면서도 존재감이 전혀 없는 유령이 되어 이 사회를 배회하게 된다. 이 유령들이 죽었을 때만 오로지 그 존재를 눈치 채는 잔인한 사회다. 그렇기에 유령이 되지 않으려면 고통의 참담함과 비참함을 강조하고 전시해야 한다. 고통을 당하고서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으로서만 겨우 사회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다. 이게 이 사회의 정치이자 경제가 되었다.
더구나 이것이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 더욱 불길하다. 사회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자기의 고통을 전시하며 주문을 외우는 동안 곁은 빠르게 파괴된다. 대신 고통의 곁에 선 이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가만히 있어주기를 기대한다. 심지어 이것은 “비를 맞는 이에게 가장 좋은 사람은 같이 비를 맞는 사람”이라는 말로 윤리화되고 미학화되어 있다.
이런 미학과 윤리학에서 그 곁에 선 이는 그저 ‘현존’하는 존재여야 한다. 현존이란 그저 눈앞에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응답을 기대하지 않는 말을 들어야 하고, 응답을 기대하지 않고 응답해야 한다. 고통을 겪는 이가 고통을 전시하는 것을 통해 겨우 유령을 면하고 그나마 사회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 그 곁에 선 이는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그저 유령으로만 존재해야 한다. 현존은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 된다. 이렇게 곁에 현존을 강요함으로써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음’에서 ‘모든 것이 끝장남’이라는 파국을 맞이한다.
이 파국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가 ‘사회’라는 말로 기대했던 것은 반대였다. 고통을 겪는 이를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작가정보

저자(글) 엄기호

더하고 뺄 것 없는 ‘범생이’로 고등학교 시절까지 보냈다. 대학에 들어가 학생운동의 언저리에 머물며 ‘민중의 고통’을 중심에 둔 해방신학의 세례를 받았다. 국제단체에서 일하며 세계 곳곳의 현장에서 고통을 인권의 언어로 읽는 법을 배웠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가르치는 곳과 사는 자리에서 곁에 있는 이들의 곁에 서는 연습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닥쳐라, 세계화!』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우리가 잘못 산 게 아니었어』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단속사회』 『나는 세상을 리셋하고 싶습니다』 『공부 공부』 등이 있다.

이 상품의 총서

Klover리뷰 (0)

Klover리뷰 안내
Klover(Kyobo-lover)는 교보를 애용해 주시는 고객님들이 남겨주신 평점과 감상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는 교보문고의 리뷰 서비스입니다.
1. 리워드 안내
구매 후 90일 이내에 평점 작성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 오디오북, 동영상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리뷰 작성 시 익일 제공됩니다.
  •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 sam 이용권 구매 상품 / 선물받은 eBook은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2. 운영 원칙 안내
Klover리뷰를 통한 리뷰를 작성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공간인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를 부탁합니다. 일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불편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래에 해당하는 Klover 리뷰는 별도의 통보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도서나 타인에 대해 근거 없이 비방을 하거나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리뷰
  • 도서와 무관한 내용의 리뷰
  • 인신공격이나 욕설, 비속어, 혐오 발언이 개재된 리뷰
  • 의성어나 의태어 등 내용의 의미가 없는 리뷰

구매 후 리뷰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문장수집

문장수집 안내
문장수집은 고객님들이 직접 선정한 책의 좋은 문장을 보여 주는 교보문고의 새로운 서비스 입니다. 교보eBook 앱에서 도서 열람 후 문장 하이라이트 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마음을 두드린 문장들을 기록하고 좋은 글귀들은 ‘좋아요’ 하여 모아보세요. 도서 문장과 무관한 내용 등록 시 별도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리워드 안내
  • 구매 후 90일 이내에 문장 수집 등록 시 e교환권 100원을 적립해 드립니다.
  • e교환권은 적립일로부터 180일 동안 사용 가능합니다.
  • 리워드는 1,000원 이상 eBook에 한해 다운로드 완료 후 문장수집 등록 시 제공됩니다.
  • 리워드는 한 상품에 최초 1회만 제공됩니다.
  • sam 이용권 구매 상품/오디오북·동영상 상품/주문취소/환불 시 리워드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구매 후 문장수집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교보eBook 첫 방문을 환영 합니다!

    신규가입 혜택 지급이 완료 되었습니다.

    바로 사용 가능한 교보e캐시 1,000원 (유효기간 7일)
    지금 바로 교보eBook의 다양한 콘텐츠를 이용해 보세요!

    교보e캐시 1,000원
    TOP
    신간 알림 안내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웹툰 신간 알림이 신청되었습니다.
    신간 알림 안내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웹툰 신간 알림이 취소되었습니다.
    리뷰작성
    •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최초1회)
    • 리워드 제외 상품 : 마이 > 라이브러리 > Klover리뷰 > 리워드 안내 참고
    감성 태그

    가장 와 닿는 하나의 키워드를 선택해주세요.

    사진 첨부(선택) 0 / 5

    총 5MB 이하로 jpg,jpeg,png 파일만 업로드 가능합니다.

    신고/차단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신고 내용은 이용약관 및 정책에 의해 처리됩니다.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주세요.


    이 글을 작성한 작성자의 모든 글은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문장수집 작성

    구매 후 90일 이내 작성 시, e교환권 100원 적립

    eBook 문장수집은 웹에서 직접 타이핑 가능하나, 모바일 앱에서 도서를 열람하여 문장을 드래그하시면 직접 타이핑 하실 필요 없이 보다 편하게 남길 수 있습니다.

    P.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고통과 함께함에 대한 성찰
    저자 모두보기
    저자(글)
    낭독자 모두보기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이용권입니다.
    차감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sam 이용권 선택
    님이 보유하신 프리미엄 이용권입니다.
    선물하실 sam이용권을 선택하세요.
    결제완료
    e캐시 원 결제 계속 하시겠습니까?
    교보 e캐시 간편 결제
    sam 열람권 선물하기
    • 보유 권수 / 선물할 권수
      0권 / 1
    • 받는사람 이름
      받는사람 휴대전화
    • 구매한 이용권의 대한 잔여권수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 열람권은 1인당 1권씩 선물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이 ‘미등록’ 상태일 경우에만 ‘열람권 선물내역’화면에서 선물취소 가능합니다.
    • 선물한 열람권의 등록유효기간은 14일 입니다.
      (상대방이 기한내에 등록하지 않을 경우 소멸됩니다.)
    • 무제한 이용권일 경우 열람권 선물이 불가합니다.
    이 상품의 총서 전체보기
    네이버 책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네이버 책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
    구글북액션을 통해서 교보eBook
    첫 구매 시 교보e캐시 지급해 드립니다.
    교보e캐시 1,000원
    • 첫 구매 후 3일 이내 다운로드 시 익일 자동 지급
    • 한 ID당 최초 1회 지급 / sam 이용권 제외
    • 구글북액션을 통해 교보eBook 구매 이력이 없는 회원 대상
    • 교보e캐시 1,000원 지급 (유효기간 지급일로부터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