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_시학이론총서_14]_현대시의 해석과 비평방법

비평은 평가 작용이며 평가란 어떠한 판단기준에 의하여 작품의 예술성을 판단하는 활동을 말한다. 소박하게 말해서 독자는 작품을 읽고, 작품에 나타난 미적 세계를 감상하고 다양한 관점으로 이를 해석하며, 마침내는 작품의 정도를 평가의 기준에 의하여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치란 무엇인가 하는 가치론axiology의 문제와 그러한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평가의 기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된다. 가령 어느 대상에서 깊은 감동적인 인상을 얻었을 때 우리는 그 대상을 훌륭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판단한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별다른 감명을 받지 못했을지라도 미리 세운 평가기준에 부합될 때는 그것도 역시 가치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주관적인 판단작용에 의하여 작품을 평가하려는 입장과 객관적인 판단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재단비평의 두 형태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상 두 가지 비평을 각각 극단화시킬 때, 그것은 독단적인 이론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극단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평가기준이 실상은 우리 자신의 경험에서 온다는 것, 즉 다분히 주관적 면모를 띠면서도 넓게 보면 인간의 보편적, 즉 넓은 의미의 객관적 적용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치기준이란 바로 이처럼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사람이 창조한 가치의 구현체, 즉 예술품들을 경험의 토대로 삼아 일정한 척도로서 새로운 작품이 창조되었을 경우에 이의 가치를 판정할 자격이 부여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은 본래 실제작품에 대한 경험에 근거하고 있으므로 새로운 작품이 나타났을 때, 이를 단지 판정하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조금씩 수정을 받게 된다. 즉 가치기준은 정지상태에 있지 않고 조금씩 스스로를 변화시켜 나간다.
따라서 시의 비평은 주관이든 객관이든 가치판단 기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있어야하고 작품에 따라 어떤 척도를 적용해야 할지를 결정해야하며 앞으로의 전망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비평가는 재판관이 아니라 의사라는 말에 보다 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