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조직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 의하여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파면되는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의 사건이 발생하였다. 우리 헌정사에 있어서 또 하나의 비극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하여 그 파면 사유로서 대의민주주의 및 헌법질서를 위반하고 헌법수호의 의지도 없다고 하면서, “···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 그 핵심이었다. 무릇, 헌법은 규범적 규정으로서의 헌법규범(Verfassungsnorm) 뿐만 아니라, 헌법가치(Verfassungswert), 헌법질서(Verfassungsordnung), 헌법원칙(Verfassungsgrundsatz) 및 일정한 헌법정신(Verfassungsgeist)을 그 구성요소로하여 결집된 국가의 근본규범(근본법)으로서, 헌법제정권력자(주권자)인 국민이 내린 정치적 결단이다. 따라서 공동체(res publica) 내의 모든 국민은 그가 어떠한 지위에 있는가를 불문하고, 우리나라와 같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에 기반을 둔 헌법에 대하여 ‘헌법충성의무(Verfassungstreue)’를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여기서 헌법위반 행위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헌법규범을 위반해야만 하는 것이 아니며, 위의 구성요소중 예컨대 헌법질서 내지는 헌법가치 등 어느 한 가지를 침해해도 헌법위반행위가 되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fdGO: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를 헌법질서의 주요한 구성요소이며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으로 보고 있는데, 만약 어떠한 단체나 개인이 이를 침해하거나 악용하는 경우 독일연방헌법에서는 단체해산제도(위헌정당해산제도)를 두고 있고, 심지어는 개인에 대하여도, 기본권박탈제도(··· zum Kampfe gegen die freiheitliche demokratische Grundordnung mißbraucht, verwirkt diese Grundrechte)를 두고 있는 것(Bonn[본] 기본법) 제18조)도 이러한 헌법수호(Verfassungsschutz)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그 스스로 헌법기관이 되려고 하는 경우, 예컨대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자는 ‘한국 헌법학회’에서 주관하는 ‘20시간 헌법수강증명서(박찬종 변호사)’를 제출하도록 의무지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헌법에 대한 충성의무를 가장 강력하게 지는 자 들이 헌법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불상사는 최소한 없어야 할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본서의 정리·보완은 한성대학교에서 헌법학을 강의하고 있는 권수진 박사가 담당하였음을 밝혀둔다. 본서(국가조직론)는 앞으로 권수진박사가 계속하여 수정·보완·증보해 나갈 것이다. 훌륭한 학문적 업적을 이룰 것을 기대하여 마지 않는다.

저자 김백유
권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