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라바1 오.케이.꼬냐

1. 그럼월드에 온 나쁜 마법사 햄통

그럼월드, 아크 대륙의 와자크 시티에 얼굴이 햄처럼 생긴 햄통이 나타났다.
“평생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진짜로 왔구나.”

찌질한 악당 햄통의 영혼을 지구에서 그럼으로 보낸 볼탕은 아크9993 바불이었다. 바불은 미국의 펌킨 시티에서 착한 인간을 찾다가 병원에 갔었고, 그곳에서 아픈 아이들에게 인형을 나눠주는 햄통을 목격했다. 햄통이 나중에 그 아이들의 부모한테서 인형 값을 받아낸다는 걸 바불은 알지 못했다. 햄통의 벽돌집 지하 작업실에 인형을 만드는 괴물들이 산다는 것도 몰랐다. 이 괴물들은 마법사 햄통이 동물들로 만든 불쌍한 맵피들이었다.

바불의 실수로 그럼월드에 온 햄통은 살찐 하이에나처럼 와자크 시티를 돌아다녔다. 낮에도 보이는 그럼의 달 앙크는 어린이의 얼굴 같았다.
“여기 달은 색깔이 다양하네. 건물 위에 떠있는 저것들은 볼라 이미지군. 작지만 홀로그램처럼 보이지 않아서 멋져. 코가 살짝 간지럽네. 지구에 있는 볼탕 때문일 거야. 내 콧구멍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겠지.”
햄통은 코를 후비며 거리를 걷다가 오푸 가루를 파는 가게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대머리였는데 머리카락이 수북하게 자라있었다.
“역시 난 네모난 캔에 든 햄처럼 생기지 않았어. 머리카락이 없었을 뿐. 근데 저게 뭐지, 공룡인가?”
티라노사우루스가 다가와 햄통에게 말했다.
“놀라는 걸 보니 그럼월드엔 처음 왔군요. 그러머가 된 걸 축하해요. 나바라바!”
“나바라바?”
“진정한 친구라는 뜻인데 여기선 인사할 때도 많이 써요. 난 공룡을 좋아해서 그럼월드에 올 때마다 공룡의 모습으로 돌아다니죠. 저번엔 익룡이었고요. 당신은 평범한 지구인의 모습을 원했나요?”
“난 지구에서의 모습과 똑같아요.”
“자기 얼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군요. 깡통에 든 햄처럼 생겼는데.”
“공룡씨, 다시 봐 봐요. 머리카락이 이렇게 고슴도치 털보다 많은데도 햄처럼 보여요?”
“네. 아무튼 대략 2시간 뒤면 지구로 돌아가게 될 테니까 맘껏 돌아다녀요.”
햄통은 화가 났지만 티라노사우루스와 싸울 엄두가 나질 않아서 참았다.


2. 티라노사우루스의 혓바닥과 8층 버스

와자크 시티 홀리홀리 타운의 버스 정거장에 오, 케이, 꼬냐가 나타났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좋아하는 그럼월드의 뚜들이다. 그럼월드의 6번째 대륙 볼도가 고향인데 상상거래소의 뱀뱀도어를 통하여 아크대륙으로 왔다. 아크는 볼도보다 발전된 도시들이 많아서 대중교통을 즐기기에 좋았다.
케이가 오와 꼬냐에게 말했다.
“볼도로 돌아갈 까까는 남겼지?”
“충분해.”
“나도.”
“일단 치과를 찾아서 오의 부러진 이를 치료받는 게 좋겠어. 그 전까지는 행운을 부르는 능력이 불운을 부르는 능력으로 변했을 테니까 우리 모두 조심하자.”
“오! 케이! 꼬냐!”

정류소에 8층 버스가 도착했다. 노란색 버스 위쪽엔 균형을 잡아주는 기다란 팔이 튀어나와 있었다. 하얗고 큰 손은 몸이 불편한 뚜들을 버스에 태워주는 역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