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정신이상 항변

■ 서문 중에서

연쇄범죄 등 각종 강력범죄가 증가하고, 사회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DNA정보은행 설립 논의가 있어온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2007년에는 본격적으로 시행을 하겠다는 의지로 정부에서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서도 유의해야 할 것이 ‘공익’의 문제이다. DNA정보은행 설립을 통하여 신속하게 범인을 체포하고,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잇점이 있는 대신, 국민의 기본권 침해 위험이라는 큰 문제점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안은 추진하는 측에서는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DNA정보은행과 관련하여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방지 대책’의 마련이다. “DNA정보은행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우리 직원들은 DNA시료분석에서 획득한 정보와 그 당사자의 인적사항에 대하여 모두 알고 있지만, 이런 비밀을 발설하면 3년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해놓고 있으므로 비밀이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주장을 현재의 법률안이 담고 있는 것이라면, 이는 ‘공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사기관의 편의라는 ‘사익’을 위한 것이 된다.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공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이 책 후반부에서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가?”라는 것이므로, 소수자 대 다수자 혹은 나와 너로 나뉘어 대립하고 공익을 나누어 사익영역에 편입시키고자 다툴 것이 아니라, 공익영역을 늘리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사랑하고, 우리 역사와 문화와 조상들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 땅에 수준높은 정신문화가 자라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이 될 때, 우리 모두는 ‘존엄한 인간들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라는 헌법의 목표에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