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_산문집총서_07]_대학이란 무엇인가

일찍이 대학을 일러 상아탑이라 했다. 속세를 떠나 오로지 고일(高逸)한 학문 또는 예술 부문에 잠기는 대학의 초연한 학문적 자세를 상징한 말이다. 그 귀한 상아로 탑을 만들었으니 얼마나 고귀하고 값진 것인가.
그래서 현실이야말로 속된 대중들이나 서식할 수 있는 곳이고 사서삼경을 논하는 양반들이나 플라톤, 세익스피어 등을 탐독하며 아카데미즘을 자처하는 학자들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착각한 시대가 있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동양에서나 서양에서나 과거의 대학이란 극소수의 귀족적 종교적 특권층을 위한 존재였고 진리를 위한 진리를 탐구하는 기관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소수의 지적 엘리트가 주지주의적 입장에서 전문적인 학문을 연찬하는 상아탑적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대학이 국민의 교육기관으로 교육하고, 연구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고등교육기관이며 대학의 이념이나 교육목표는 심오한 진리를 탐구하고 인류문화를 창조 계승하며 자연과 인간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질서를 추구하는 것으로 전환하였다. 학문은 구체적인 역사적 사회 속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그 시대 사회에 대한 책임과 사명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이제 아슬하게 높은 상아탑이 될 수 없다. 역사적인 현실은 국가발전과 대학의 함수관계를 강조하고 교육의 대중화, 대학의 대규모화, 학문의 전문화와 다양화, 학문의 국제성에서 교육내용의 능동적인 개혁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사실 지금 우리가 진행하고 있는 대학교육이 진실로 모든 인간과 사회를 위하여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꼭 4년간을 다녀야 학위를 받을 자격이 있는가? 연간 5개월이나 되는 방학의 공백기를 두고 그 귀중한 대학시설을 방치할 수 필요가 있는가? 대학교육은 교수의 일방적인 강의와 출석으로 학점을 결정하는데 교육의 본질이 학생 스스로 현실에 대처할 수 있는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능력을 기르는데 있다면 과연 오늘의 강의중심 대학교육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가? 급변하는 지식과 사상의 홍수 속에서 그 엄청난 학문의 세분화 과정을 전부 흡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이것은 더욱 현실문명과 격리되는 고립을 초래할 위험까지 내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