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사랑 2019년 봄호(통권127호)

치매도 때로는 행복인가 봅니다

문학평론가 리 헌 석
(본지 발행인)


1.
“제 아내가 치매입니다. 혹여 엉뚱한 말을 하더라도 이해해 주십시오.” 아내의 손을 잡고 사무실 문을 들어선 김 작가의 폭탄선언에 놀라 모두 멀뚱하게 눈을 맞추었습니다. “우리 우선순위 1번(아내)이 치매에 걸리면서부터 나는 행복을 알았습니다.” 이해할 듯 말 듯하였지만, 우리 모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김 작가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2.
평소 형님으로 모시는 김 작가는 1주일에도 몇 번씩 만나는 사이입니다. [문학사랑] 사무실에 들를 때도 늘 사모님의 손을 잡은 상태입니다. 70대 후반의 부부들 중에 어느 누가 다른 사람의 사무실을 방문할 때, 부부가 손을 꼭 잡고 들어설까? 생각해 보면 김 작가는 특별한 분에 틀림없습니다.
“집에 두고 나오면 어디로 사라질지 몰라 함께 다닙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이 일상입니다. 집에 혼자 둘 수가 없어서, 손을 잡지 않으면 찻길로 들어설지 알 수가 없어서, 잠시 한눈을 팔면 문을 열고 나갈지 몰라서, 김 작가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다닙니다. 대여섯 살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보다 더 귀하고 살뜰하게 모십니다.
“아내와 둘이 와서 미안합니다. 내가 회비를 더 내겠습니다.”
몇 명의 문인들이 점심식사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김 작가는 부부 동반으로 참석을 합니다. 간혹 선배나 후배들의 모임에도 그러합니다. 때로는 언론인이나 행정직 공무원을 만날 때에도 한결같습니다. 대전광역시 중구 박용갑 청장이나 서구 장종태 청장은 사모님과 동반하기를 일부러 요청하기도 합니다.
“김 작가님, 오늘은 혼자시네요.”
오히려 김 작가 혼자 다닐 때, 지인들은 웬일일까, 궁금해 물어볼 정도가 되었습니다. 김 작가 부부가 손잡고 시내를 걸어 다니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고, 대전역을 중심으로 부부를 알아보고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어느 새 부부는 명사가 되어 있었고, ‘1등 부부’라면서 관심을 표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